[미디어스=전혁수 기자]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이 평양을 방문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타진하고, 북미대화 여건 조성, 남북교류 활성화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조선일보는 이 상황이 불편한 모양이다. 조선일보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면서 대북특사가 평양으로 출발도 하기 전에 초를 치고 나섰다.

▲5일자 조선일보 사설.

5일자 조선일보는 <한반도 명운 가를 對北 특사 방북 국민이 주시해야> 사설에서 대북특사단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김정은이 만약 '비핵화하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히면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트럼프·김정은 회담도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북 외무성은 대북 특사단 발표 전날인 3일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전제 대화는 안 할 것이란 의미"라면서 "그러면서 "핵보유국 지위로 미국과 군축 회담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지금 김정은은 궁지에 몰려 있다"면서 "대북제재가 과거와는 다르다. 북은 미국의 대북 군사 조치 가능성에도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를 계속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어떻게든 남북 대화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라면서 "대북 특사단에게 비핵화라는 문제의 본질은 비켜가면서 한·미 훈련과 북핵·미사일 실험 동시 중단, 이산가족 상봉 등을 내걸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자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현란한 제안도 '비핵화'가 아니면 기만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문제는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의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없으리란 사실"이라면서 "이 정부 측 인사 상당수가 북핵 폐기를 포기하고 '핵 있는 평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핵 인질로 그냥 살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지금은 입 밖에 꺼내지 못하지만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여론화시키려 할 수 있다"면서 "집권 세력이 '전쟁이냐, 평화냐'라고 나서고 방송 등 여권 매체들이 한목소리로 가세하면 남남갈등이 심각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방북은 북핵이란 암 덩어리를 더 키우는 빌미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김씨 일가의 핵개발 의지를 과소평가했다가 협상으로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6년 후 북은 첫 핵실험을 했다. 그래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한국 정부는 비핵화 얘기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다"면서 "이번 대북 특사단도 그런 결과를 낳는다면 5200만 국민은 북한의 핵 인질로 굳어지고 만다. 국민이 눈을 크게 떠야 한다"고 경고했다.

▲5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조선일보와 같은 냉전보수적 관점에 대해 "수구·냉전적 태도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정의용·서훈 특사, 한반도 정세전환 첫단추 끼우길> 사설에서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동시에 특사단으로 나설 줄은 전문가들도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면서 "장관급 2명 이상이 동시에 대북특사로 나선 전례도 없다. 그만큼 이번 특사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기대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당연한 얘기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란 '숭늉'을 마시려면 조급해하지 말고 실행 가능한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게 첫걸음"이라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를 선언하고, 한·미가 군사훈련에서 융통성을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겨레는 "북한도 지금이야말로 대북사절단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실용적이고 지혜로운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정표를 당장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비핵화 의지'라도 밝힌다면 이를 동력으로 삼아 대화를 이어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김정은 위원장 '선대의 유훈'이니 이를 강조하는 형태의 언급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겨레는 "'비핵화 아니면 대화 중단'이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수구·냉전적 태도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면서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게 뻔하다는 이유로 대북특사 파견을 비판했는데, 전형적인 '묻지마 반대'다. 특사단 명단이 나온 뒤에도 '서훈 국정원장 특사 불가론'을 되풀이 제기한 것도 정략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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