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당일 신문 사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방송에선 투표 전날 메인뉴스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조심스럽게 막판 표심의 향방을 전하는 18일 저녁 방송뉴스 가운데 SBS <8뉴스>의 리포트 3개가 눈에 띈다.

"이명박 기소는 가능해도 재판은 불가능…탄핵사유도 안돼"…MBC와 대조

먼저 '이명박 특검' 일정을 전망한 <곳곳에 변수>. SBS는 이 리포트에서 "검찰과 같은 결론이 나오면 이명박 후보 측은 힘을 얻게 되지만 이 후보가 당선되고, 특검이 당선자를 기소하기로 결정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대통령 면책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제시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

▲ 12월18일 SBS <8뉴스>(왼쪽)와 12월17일 MBC <뉴스데스크>.
SBS는 "당선자 신분에서 기소는 가능하지만 문제는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뒤 재판이 열릴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일반적인 해석은 기소는 가능해도 재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지난 17일 MBC <뉴스데스크>가 같은 헌법 84조를 들며 "당선자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나 다스의 BBK 투자금이 이 후보 소유로 밝혀지거나,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후보가 기소되거나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18일 SBS <8뉴스>는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BBK 관련 사안은 대통령의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안된다는 게 정설"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해석'이고 '정설'이라지만 SBS의 '희망' 섞인 해석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인터뷰 또한 SBS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만 구성됐다.

임지봉/서강대 법대 교수 : 재판 절차까지 시작됐다 하더라도, 일단 임기 개시일이 되면 모든 의사절차는 중단이 되어야 된다고 봐야 되는 것이지요.

장영수/고려대 법대 교수 : BBK 사건이라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하고는 무관하기 때문에 탄핵 사유로서는 적절치 못하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경준씨, 검찰에 사과했다?…MBC는 '화해제안'으로 해석

▲ 12월18일 SBS <8뉴스>.
SBS가 이어 보도한 <"소동 일으켜 죄송">도 김경준씨의 메모를 다룬 다른 언론보도와 차이가 있어 보인다.

SBS는 "검찰이 자신을 회유하고 협박했다며 앞서 공개한 한글 메모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김경준씨가) 적었다"면서 이를 "검찰에 회유당해 거짓자백했다는 태도를 180도 바꿔, 사실상 검찰에 사과한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나 이날 다른 보도들을 보면 김씨의 어머니는 검찰이 아닌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온다. SBS 해당 리포트에도 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는 "나라가 시끄러워지는 것은 원치 않다는거죠. 그래서 죄송하다는 거죠, 국민 앞에"라고 말하고 있다.

"김 씨는 또 '검찰과의 오해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더 이상의 오해가 없도록 신중한 방법을 택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검찰과의 화해를 제안했다"는 이날 MBC 리포트와도 미묘한 차이가 난다. '사과'나 '화해'나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은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민감한 시점이다.

'경기비상'을 대선뉴스에 붙인 이유는…SBS의 '속내'가 궁금하다

SBS는 이날 뉴스 첫머리에서부터 11건의 대선 관련 뉴스를 이어가다 12번째 뉴스로 <연말경기 비상>을 보도한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리포트로 이어지기 직전 중간에 낀 리포트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다.

"대선을 낀 연말이어서 경기가 조금이나마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습니다만, 상인들은 여전히 울상"이라는 앵커 멘트에서 편집의 일관성을 억지로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 유석춘 교수는 최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조중동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신념보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중동의 이명박 후보 '편향' 보도를 지적하면서 나온 말인데 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저녁 SBS <8뉴스>를 보면 SBS 또한 끝내 신념을 감추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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