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두고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를 깨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나섰다.

▲2일자 조선일보 사설.

2일자 조선일보는 <어떤 對日 전략 갖고 합의 부정으로 가나>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면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주일 사이에 잇달아 유엔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자 일본 정부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명기한 2015년 위안부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면서 "일본은 문 대통령 연설을 합의 파기로 받아들일 것이다.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 말처럼 일제는 위안소를 만들어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끌려온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들었다"면서도 "그래서 2015년 한·일 간에 외교 협상을 통해 일본 총리가 공식 사과하고 일본 정부 공식 예산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합의를 했다. 최종적·불가역적이란 비외교적 표현이 들어간 문제가 있지만 우리 역대 정부의 위안부 협상 목표를 상당수 달성한 합의인 것도 사실"이라고 박근혜 정부 시절 합의의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이 합의를 부정하겠다면 그 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과정 조사 발표 후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은 채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면서 "청와대 보좌관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에 추가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태도가 바뀐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우리의 유일 동맹국인 미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을 바탕으로 북핵 대처 전략을 짜고 있다.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의 대부분은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발진하게 돼 있다"면서 "북의 공격 대상이 되는 일본이 이를 거부하면 심각한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우리보다 더 강력한 외교 조직과 자원을 가진 나라다. 국제적 평판과 영향력도 높다"면서 "이런 나라와 외교 전면전을 벌이려면 치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일본에 역공을 당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에 대해 대비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국민을 속이고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체결한 합의에 대해 무조건적인 존중을 보내야 하는 지 의문이다.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졸속 이면합의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가 발표한 검토보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합의한 이면합의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해결 ▲제3국에서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림비 설치 문제 ▲성노예 용어 표현 자제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국민을 속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합의는 정당성이 떨어지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게 민심이다. 조선일보의 위안부 합의를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이유다. 조선일보가 '보수'언론이라면 일본과의 관계를 걱정하기 전에 일제에 의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부터 보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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