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주년을 맞았던 3·1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해서, 독도에 대해서 일본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운동의 경험과 기억은 일제 강점기 내내 치열했던 항일 독립투쟁의 정신적 토대가 됐습니다.”라며 3·1절의 의미를 규정했다.

3·1운동에서 임시정부의 뿌리를 찾고, 더 나아가 100년 후의 촛불혁명을 연결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일본을 우리 손으로 직접 쫓아내진 못했지만 임시정부가 없었고, 3·1운동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차마 해방이라는 말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100년이 되어도, 200년이 되어도 3·1운동은, 3·1절은 생생한 기억으로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역사인 것이다.

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 3·1절 '정치 바람'에 흔들린 태극기(보도 화면 갈무리)

그런 날에 종교단체를 빙자한 극우단체들이 거리에 나섰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평소와 다름없이 태극기와 성조기였다. 그리고 일장기도 등장했다. 이들이 일장기를 든 사실은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이들의 존재와 주장에 대해서 아무리 무시하고자 하더라도 3·1절에 일장기를 든 무지와 행패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광화문에 설치된 촛불 기념 조형물을 부수고 불까지 질렀다고 한다.

결국 박근혜 석방으로 귀결된 이들은 3·1절에 한·미·일 동맹을 주장했다.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주장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3·1절에 일본과의 동맹을 주장한다는 것은 국민 상식에 벗어나는 행위이며, 3·1절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들이 노상 내세우는 애국은 거기에 없다. 책임지지 않는 방종과 폭력만 보였다.

애국이라면, 적어도 3·1절에 걸맞은 애국이라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고, 일본군 위안부 만행을 부인하는 일본을 향해서 올바른 역사의식을 촉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보자.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침탈 당한 우리 땅입니다. 우리 고유의 영토입니다. 지금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해자인 일본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습니다. 불행한 역사일수록 그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입니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3.1절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3·1절에 일장기를 들고 나온 그들에게 분노를 참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3·1절에 친일하자는 것은 그들의 정체를 스스로 까발린 것이다. 애국이 아닌 매국, 망국의 정체 말이다.

이번 3·1절 정부 기념식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치러졌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 강점기 동안 매년 2600여 명, 총 10만 여명이 수감되었고, 온갖 고문과 고초를 겪었던 곳이다. 3·1절은 그렇게 국내에서, 국외에서 항일투쟁에 많은 독립운동가들과 그 가족들이 목숨을 바친 숭고한 투쟁과 희생을 기리는 날이다. 그런 날에 일장기며, 친일을 주장한다는 것은 단순한 무지를 넘어 반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사회에 끼치는 패악이 견딜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