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7.16 목 11:39
상단여백
HOME 뉴스 뉴스
연합뉴스TV에서 벌어진 성추행 2차 피해 사례[방송계 '을'의 오늘] 내쳐진 피해자와 살아남은 가해자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3.05 14:05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내쳐진 피해자와 어떻게든 살아남는 가해자. 비상식적인 일이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대주주로 있는 보도전문채널 연합뉴스TV에서 벌어졌다. 2016년 10월 연합뉴스TV 최 모 PD가 계약직 방송 스텝 A씨를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최 PD가 회사를 사직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된 듯했다. 그러나 2017년 6월 A씨는 회사를 떠나야 했고, 최 PD는 연합뉴스TV 품으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사옥. 연합뉴스TV와 연합미디어가 입주해 있다(연합뉴스)

① 2016년 10월, “최 PD가 A를 많이 좋아하나보다” 한마디로 정리된 성추행

지난 2016년 10월, 회식 자리에서 최 PD는 A씨를 강제 성추행했다. A씨가 불쾌한 기색을 보이자 같은 자리에 있던 김 모 팀장은 “최 PD가 A씨를 많이 좋아하나 보다”라는 발언을 했고 그 자리는 정리됐다. 그러나 회식 자리가 끝난 후 스텝들 사이의 동요가 있었다.

“원래 연합뉴스 회식 자리가 이런 것인가?”

“많이 아낀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 접촉이 허용되는 걸까?”

A씨는 여성PD에게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자 팀장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묻으면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일을 키우면 팀 전체가 힘들어진다. 함께 일하는 AD 계약 문제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며 문제를 키우지 말자고 강요했다. 다행히 당시 부장이 “그럴 일은 없으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 A씨와 같은 방송에서 근무하던 최 PD는 다른 시간대로 옮겨지고,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실장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분석했다. 장미혜 실장은 “성별 차이뿐만 아니라 권력 관계에 따른 성폭력 현상이 나타났다”며 “피해자의 처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규직 PD의 권력이 발현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② 2016년 11월, 피해자를 위한 징계위원회는 없었다

징계위원회 과정은 고통이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경위서를 작성할 때 당연히 팀장의 발언도 담았다. 하지만 그는 PD들로부터 ‘그런 내용을 쓰면 어떻게 하냐, 미리 선배들에게 경위서를 보여줬어야지’ 등의 말을 들었다.

최 PD는 A씨를 찾아다녔다. 시간을 잡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추적이었다. 최 PD는 A씨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 그 소식을 들은 A씨는 한참을 숨어 있기도 했다. 최 PD가 A씨를 만날 때까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지하 1층으로 퇴근하곤 했다.

인사팀장이 최 PD와의 만남을 강요한 사실도 있었다. A씨는 “인사팀장이 징계위원회와 관련해 조율이 있으면 좋겠다며 미팅을 하자고 했다. 자리에 갔더니 갑자기 최 PD가 올 것이며, 둘이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미리 말이라도 해줘야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건데 그냥 온다는 말 한마디뿐이었다. 만나고 싶지 않아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A씨는 “어김없이 최 PD는 동료들에게 내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며 날 찾아다녔다. 동료들이 망을 보고 도망 다녔다. 만약 그때 조율을 하고 선처했으면 최 PD는 퇴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위원회에서 A씨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A씨는 단 한 번도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경과나 결과는 당연히 듣지 못했다. A씨는 “어떤 방식으로 징계위원회가 진행되는지 알지 못했다. 최 PD가 재심을 청구한 사실, 징계가 결정됐다는 사실 등 모든 건 전해 들었을 뿐”이라며 “적어도 팀장이나 부장이 나에게 직접 말해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언론에 제보하라는 조언이 있었지만 A씨는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회사 징계위원회에서 일이 잘 해결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징계위원회가 끝나면 모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 PD는 2016년 11월 30일 징계 결과가 나오기 전 사표를 냈고, 의원면직 됐다. 이렇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았다.

③ 2017년 5월, 결국 나가는 건 피해자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최 PD가 퇴사한 후 A씨를 향한 근거 없는 낭설이 돌았다. 안면도 없던 정규직 직원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A씨를 보곤 “최 PD랑 일 있었던 걔지? 뭐 있는 거 아니야?”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상처뿐인 경험이었다. 더는 회사에 다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A씨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다. A씨는 “자동 계약 연장이 1년 남았던 거로 기억한다. 그런데 최 PD가 회사로 돌아온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계약 만료 1주일 앞두고 연장 불가 통보가 내려왔다. A씨는 “회사는 계약직을 정리하라는 상부의 지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의 퇴사 이후 계약이 연장된 사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여성민우회)는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민우회는 “동료들이나 높은 직급의 사람들이 피해자 편에 서기는 쉽지 않다”며 “피해자가 겪는 불이익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가 계속해서 남아있고, 피해자를 해고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TV와 한국직업방송 관계도. 연합뉴스TV가 한국직업방송에 깁숙히 관여한 모습을 볼 수 있다(한국직업방송)

④ 2017년 6월, 돌아온 최PD

A씨가 계약 만료로 회사를 떠난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가해자 최 PD가 돌아왔다. 2017년 6월, 최 PD는 연합미디어에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한국직업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연합미디어는 연합뉴스TV가 20%~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관계기업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한국직업방송은 연합뉴스TV가 위탁 운영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본사는 울산광역시에 있지만, 방송 스튜디오가 연합뉴스 사옥에 있다. 연합뉴스TV 전무가 한국직업방송의 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즉, 회사의 승인 없이는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연합뉴스TV가 성추행 가해자의 재취업을 도와준 셈이다.

미디어스는 연합뉴스TV 전무이자 한국직업방송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 모 전무에게 최 PD 재입사 연유를 물었다. 김 전무는 “연합뉴스TV 편성팀장에게 물어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성추행 사건 당시 한국직업방송 편성제작본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연합뉴스TV 편성팀장을 맡은 김 모 팀장에게 전화해 최 PD의 입사 연유를 물었다. 김 팀장은 “최 PD는 영원히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라고 항변했다. 김 팀장은 “연합미디어에서 결원이 발생했고, 40대로 나이가 있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최 PD가 금주 클리닉을 통한 금주를 조건으로 입사를 타진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근무 당시 담당 팀장의 탄원도 있고 본인이 재생기회를 달라고 애원했다”며 “최근 금주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재계약 하지 않기로 했다. 5월에 계약 해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뉴스TV 관계자 B씨는 최 PD의 입사과정에 불만을 가진 내부 직원이 많다고 증언했다. B씨는 “연합뉴스TV 편성팀장이 한국직업방송의 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시 편성팀장과 최 PD가 친분이 있는 관계여서 재입사가 가능했다는 소문이 회사 내부에서 돌았다”고 전했다. 이어 “넉 달 전 최 PD가 연합뉴스 내부에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져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 소식을 들은 사측이 최 PD를 다시 지방으로 내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PD는 미디어스에 자신의 재입사 과정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PD는 "A씨에게 사과했고, A씨가 나를 재입사 시켜주면 안되냐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입사도 회사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다. 회식자리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팀장은 "그런 말 한 기억이 없다. 주변 사람들도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도 회식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내가 최 PD의 재입사를 요청한 사실은 절대 없다. 최PD가 왜 그렇게 말 하는지 모르겠다"고 못박았다. '많이 좋아하네' 발언을 한 기억이 없다는 팀장의 해명에 대해선 "분명히 '최PD가 A씨를 많이 좋아하나보네'라는 말을 했다. 나만 들은 게 아니라 주변에 들은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연합뉴스TV의 인사가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나이가 많으니 계약직으로 입사시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D는 공익적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성추행 전력이 있는 사람이 복귀하는 것은 국민이 용인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추가 피해도 우려했다. 최 교수는 “방송국의 구조상 을의 위치에 있는 직원들이 많다”며 “방송사로 재입사 했다면 2차, 3차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수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2
전체보기
  • 힐스타 2018-03-10 14:19:56

    이전 정권에 부역한 임원들 하수인 노릇하는 인사팀장이 적폐 중의 적폐로 보이네요.
    인사팀장이 뭐라고 중재 역할하고 나서는 것도 웃기고 연합뉴스TV라는 조직이 한심하네요. 국민 세금으로 돈 잔치하는 연합뉴스 국가 보조금 360억 폐지해야 합니다.   삭제

    • peppermint 2018-03-05 17:22:48

      성추행 사태는 웬만한 곳에서 다 터져 나오고 있지만 어제 mbc 스트레이트에서도 나온 연합뉴스의 심각성, 심각한 영어 오역, 그리고 이런 일까지 종합해보면 연합뉴스가 국가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최대 규모 언론사일 자격을 박탈해야 할 필요성은 엄청 커진 것 같음...그 돈은 국민 세금이니깐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