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한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받았을 때 순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 미카미 유아가 한국에서 이번 달 14일 3인조 걸그룹 ‘허니팝콘’으로 데뷔한다는 보도자료를 접했기 때문이다.

미카미 유아가 누구인가. 미카미 유아의 출발은 분명 SKE48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엉뚱한 방향으로 직업 진로를 바꾼다. 일본 AV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처음으로 현역 AV 배우가 걸그룹 데뷔를 하는 셈이다.

미카미 유아라는 이름을 심리학에 대입하면 분명 그녀는 ‘최신효과(recency effect)’가 적용되는 인물이다. 최신효과는 가장 나중에 나타난 성과가 이전의 성과보다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미카미 유아는 처음 그녀가 출발한 SKE48 출신이라는 경력보다 AV 배우라는 최근의 이력이 보다 깊이 각인되기에 그렇다.

걸그룹 허니팝콘 [사진 KYUN CREATE 제공]

미카미 유아의 출발은 분명 ‘가수’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최신효과로 인해 미카미 유아는 출발선인 가수, 즉 일본 가수가 한국 가요계에 데뷔하는 걸로 비치지 못한다. 그녀의 최근 직업, 즉 AV 배우라는 직업으로 인해 왜 일본 AV 배우가 굳이 한국 가요계에 노크를 하는가 하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허니팝콘이 불리한 점은 미카미 유아의 최신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허니팝콘은 3인조 걸그룹인데, 문제는 멤버 한 명만 AV 배우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카미 유아 외에도 사쿠라 모코 및 마츠다 미코 세 명 모두 AV 배우 출신이라는 ‘낙인효과(labeling effect, 烙印效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허니팝콘이 이번 달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되면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AV 배우가 걸그룹에 입성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가수 출신이면서 AV 배우 출신이기도 한 미카미 유아의 양면성 때문에, 아니 멤버 모두가 AV 배우 출신이라 공중파 음악 방송은 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 규정에 저촉되기에 이들의 출연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윤리적인 면에서 엄격한데다가 보수적인 풍토가 남아 있는 공중파에서 미카미 유아가 전파를 타게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공중파에 얼굴을 내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 플러스 요인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이 크다는 이야기인데 대체 이들이 한국 가요 시장에 입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활하지 못한 언어의 문제도 이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현저하다.

기획사는 음원 차트 진입으로 인한 수익보다 굿즈 및 콘서트 판매처럼 오프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산업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 그렇다면 기획사는 이들의 성인 영상을 미리 보아온 한국 남성을 잠재적인 고객으로 상정하고 마케팅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들의 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이들을 익숙한 대상으로 바라보기 쉽다. 이들이 한국에 데뷔해서 사인회 등으로 기획사와 가수에게 이득이 되는 행사를 진행한다면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한국 남성 팬을 유입하기 쉬울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기획사 KYUN CREATE의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잘 알지도 못하는 신인 가수에게 지갑을 열기보다는, 영상을 통해 미리 보아온 AV 배우를 실제로 볼 수 있는 행사에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 이 기획사의 전략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다.

언어라는 핸디캡이 큰 한국 시장에 이들 세 일본 AV 배우가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만일 이들의 오프라인 행사에 남성 팬들이 호응하여 성공할 경우, 다른 AV 배우가 추가로 한국 음악 시장을 노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익숙함을 무기로 다가오되, 그것이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되는 AV라는 성인 영상의 경로가 아닌 음악이라는 우회적인 경로를 통해 다가오는 ‘저팬 AV의 역습’이 한국에 도래한 게 아닐까 걱정되는 부분이다. 지금 그 처음의 우회 진입로를 허니팝콘이 여는 중이 아닐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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