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출산 시대 대한민국은 출산 장려를 위해 다양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버라이어티 방송을 만들만큼 저출산에 대한 고민은 깊기만 합니다. 출산을 장려하고 출산을 해야만 한다는 수많은 지표들에도 불구하고 출산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세상은 도무지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사랑을 깨운다

1. 크리스마스에 버려진 성탄이

크리스마스에 한 아이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집 앞에 버려졌습니다. 그렇게 버려진 아이는 저체온 증에 빠져 긴급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겨우 생명을 되살린 이 아이는 성탄절 날 버려지고 구해졌다고 '성탄'이라고 불립니다.

성탄이에 대한 이야기가 신문에 소개되고 이 사연을 듣게 된 많은 입양을 희망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그들이 입양을 원하는 이유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내며 <휴먼다큐 사랑-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여전한 터부중 하나인 공개입양에 대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버려진 빌라 주인은 양수와 피가 그대로 몸에 남겨진 핏덩이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버려져 체온이 측정도 안 될 정도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아이를 자신이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두 딸과 아들을 출가시키고 부부만 생활하는 가족은 네 번째 아이로 성탄을 입양해 키우려고 합니다.

늦은 나이에 재혼해 아이가 없는 가족은 성탄이를 통해 행복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누구의 아이로 입양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지요. 다복한 집안에 사랑을 전해줄 수 있는 이들 입양 희망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나누려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서울아동복지센터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버려진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입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시대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많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부모에게 맞아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어 버려진 어린 아이는 그 무서운 공포 때문에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아이에게 사랑은 거칠고 너무 멀기만 할 뿐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거리에 버려져서 복지센터로 옮겨온 서진이와 지운이는 친 형제처럼 친합니다.

2. 엄마가 너무 그리워 싫은 아이

항상 붙어 다니며 놀던 그들에게도 손님은 찾아옵니다. 서진이의 엄마는 미혼모입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출산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힘든 이 어린 부부는 집구할 돈도 없어 하루 종일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모텔에서 잠을 청하는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아이 분유 살 돈도 없어 8개월부터는 자신들이 먹던 라면을 함께 먹여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아이를 키우던 그들은 헤어지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는 한동안 힘든 생활을 지속하다 경찰을 통해 아이가 복지센터에 있음을 알게 되어 찾아왔던 것이지요.

엄마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 생생했던 서진이는 자신을 찾아온 엄마에게 "엄마 싫어"라며 울먹입니다. 엄마를 잊지 못하고 있었던 아이에게서 나온 이 뜻밖이었습니다. 좀처럼 엄마 곁으로 다가가지도 눈도 마주치지 않는 아이는 엄마가 복지센터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엄마가 떠난 후 아이들과 함께 한 서진이는 엄마와 있을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엄마가 왔다며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자신을 위해 사온 신발 자랑에 엄마가 자신을 보러 왔다는 그 아이는 엄마가 그리웠습니다.

그날 이후 서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찾아온 엄마에게 "엄마 싫어"라는 말만 하고 눈길을 주지 않는 아이는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하지만 자신을 버린 엄마를 아직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서진이와 외출을 나간 엄마는 놀이공원도 가고 함께 맛있는 것도 먹으며 고시원과 친구 집을 전전하며 돈을 모으던 엄마의 사정상 모텔에서 함께 하루를 보냅니다. 여전히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두 눈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용서를 비는 엄마에게 안기는 아이는 그렇게 자신을 버린 엄마를 용서합니다.

가슴을 다친 아이는 자신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엄마를 다시 받아들이며 비로소 행복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서진이와는 달리 버려졌던 지운이는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고아원으로 옮겨가야만 했습니다. 고아원으로 가기 전 머리를 깎고 새 옷을 입고 작별 인사를 받고 차에 올라탄 지운이의 얼굴은 만감이 교차하는 복잡함이었습니다.

마치 인생을 다 살고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이 세상을 돌아보며 지을 수 있을 법한 오묘한 표정은 지운이의 현재를 이야기해주는 듯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3. 사랑이 넘치는 가족으로 만드는 축복과 같은 아이

태어 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여아가 복지센터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라며 소녀시대의 윤아와 같은 이름을 지어준 이 아이는 두 남자 아이를 둔 부부에게 입양이 됩니다. 이젠 중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아들들은 성장하며 무뚝뚝해지기만 합니다.

셋째를 가지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고 그렇게 결정한 입양은 그 가족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대화가 거의 없던 아이들은 새롭게 자신의 가족이 된 어린 동생을 보러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게임도 하지 않은 채 아이와 함께 보냅니다.

전에는 각자의 삶에만 집중하던 아이들은 어린 윤아를 돌보며 부모님들과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그들은 어린 천사 윤아로 인해 행복한 가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두 아들을 키울 때는 먹고 사는 것이 바빠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던 아빠가 늦게 얻은 윤아로 인해 두 아들과도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며 기뻐합니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아이는 이 가족들에게는 새삼스럽게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게 되는 소중한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사랑이라는 것. 그 단순함이 너무 복잡해지며 세상을 삭막하게 만들기만 합니다. 사랑을 이용하고, 사랑을 시기하고, 사랑을 미움으로 만들어버리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휴먼다큐 사랑>은 다시 한 번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입양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피를 나눈 가족 이상의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사랑임을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보여주었습니다. 수많은 말들 보다는 실천으로 사랑을 보여주는 그들을 통해 공개입양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엄마가 너무나 그리웠던 아이가 엄마를 거부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과 그런 엄마가 돌아간 후 모든 아이들, 선생님에게 엄마 자랑을 하던 아이는 사랑이 고팠습니다. 버려진 아이를 입양한 가족은 밋밋해지던 가족 간의 관계가 다시 사랑으로 가득해지는 기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 쉽지는 않지만 실천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더욱 득이 되는 이 마법 같은 가치는 <휴먼다큐 사랑-크리스마스의 기적>에서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웃는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버려진 아이들. 그 아이들을 사랑을 품어내는 이들이 있기에 그나마 삶은 아름다운 듯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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