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 참가를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구를 찾았다. 2·28민주운동은 지난 1960년 2월 28일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이승만 독재정권의 횡포에 맞서 자발적으로 벌인 민주적 저항운동으로, 지난 6일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28일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진행된 2·28민주운동 58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의 자랑스러운 2·28민주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처음 치러지는 기념식"이라면서 "첫 기념식에 제가 대통령으로 기념사를 하게 돼 더 없는 영광"이라고 밝혔다.

▲28일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대구 2·28민주운동 제58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행세했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주의가 억압되고 국민의 삶이 짓눌렸지만, 부패한 독재 권력은 마치 거대한 절벽 같아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58년 전의 오늘도 그런 시절 중의 하루였다"면서 "그러나 바로 이곳 대구에서 용기 있는 외침에 시작됐다. 그 외침에 오랫동안 온 나라를 가두고 있던 체념과 침묵을 깼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정당하다. 정의는 살아있다. 횃불을 밝혀라. 동방의 빛들아' 대구의 고등학생들이었다"면서 "엄혹했던 시절 바위에 계란치기 같았을 최초의 저항, 하지만 학생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거리로 나섰다. 그 용기와 정의감이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한 신문은 '천당에서 만나자'는 결연한 악수를 나누고 헤어진 학생 대표들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그것이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민주화운동, 2·28민주운동"이라면서 "대구 학생들의 외침이 숨죽여있던 민주주의를 깨웠다.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의 항거가 잇따랐다. 2·28민주운동은 마치 들불처럼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번져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3·15 의거와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힘으로 독재를 무너뜨린 첫 번째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증명했다"면서 "돌이켜보면 그 까마득한 시작이 2·28민주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로부터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숭고한 여정을 시작했고, 6월 민주항쟁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으며, 촛불혁명으로 마침내 더 큰 민주주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2·28 민주운동 기념식 참석에 앞서 대구 달서구 2·28 민주운동기념탑 광장을 찾아 2·28민주운동, 3·15의거, 4·19혁명, 5·18운동 관계자 및 당시 참여했던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묵념하고 있다. 오른쪽은 수성여고 여승윤 학생. 여 학생은 (사)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제8대 공동의장이며 2·28 당시 주역인 박명철 씨의 외손녀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이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면서 2·28민주운동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것은 연대와 협력의 힘"이라면서 "2·28민주운동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었지만, 오랜 기간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민주화운동으로서 법적 정통성을 확보한 것도 50년만인 2010년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드디어 우리 국민은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2·28 정신을 온전히 살려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연대와 협력의 바탕에는 2·28민주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상호교류가 있었다"면서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광주가 2·28민주운동을 함께 기념했다. 대구시민과 대구시, 지역 정치권이 추진해온 국가기념일 지정이 드디어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28정신은 대구를 한 마음으로 묶었고, 멀게 느껴졌던 대구와 광주를 굳게 연결했다. 오늘 이 자리는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시민들을 향해 "국채보상운동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신암선열공원 국립묘지 지정에 이어서 2·28민주운동이 국가기념일이 됐다.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그날의 의로운 몸짓을 국가기념일로 기리게 됐지만, 대구의 정신은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늘 빛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에서 독립유공자가 제일 많은 곳이다. 대구·경북은 민족항쟁의 본거지"라면서 "혁신유림과 항일의병운동, 독립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진 역사는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우리 국민 모두의 자부심"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대구·경북은 선비정신의 본거지"라면서 "하지만 대구·경북의 선비정신은 고루한 것이 아니다. 새로움과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정신이다. 그 정신이 2·28 반독재 민주운동을 낳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은 90년을 뛰어넘어 IMF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으로 이어졌다"면서 "낙동강 방어전선으로 대한민국을 지킨 보루가 됐던 곳도, 경제 발전을 이끈 산업화의 본거지가 됐던 곳도 이곳 대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구는 이렇든 자긍심 높은 도시"라면서 "오늘 이 기념식을 통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의롭고도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온 대구시민들의 자긍심이 더 높이 빛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정의와 자유를 향한 대구의 기개와 지조가 잠자는 정신적 자산에서 깨어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현실의 힘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가는 길, 국민이 함께 걷는 길이 민주주의"라면서 "우리가 가야 할 '더 넓고, 더 깊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 그 길을 오늘 다시 다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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