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지만 그러기 위해 수많은 말이 오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정치인을 말만 잘하는 사람이라는 냉소적 표현도 있었지만, 일단은 국회의원과 말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는 말을 잘한다는 국회의원의 정체성조차 흔들리기 시작해서 이제 국회는 막말과 속말이 난무하는 저질언어의 각축장이 돼버렸다.

27일 국회의원 두 사람의 말이 화제가 되었다. 하나는 바른미래당 하태경의 의원의 ‘돋보잡’ 발언이었고, 한동안 ‘사퇴하세요’로 유명세(?)를 탔던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의 ‘겐세이’ 등의 발언이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태경 의원의 경우 특히 방송에 출연해 한 말이라 더욱 충격을 주는데, 하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바른미래당의 저조한 지지율에 대해 변명하는 과정에서 듣보잡이라는 말을 쓴 것이다. 듣보잡은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인터넷 속어로 아무리 뉴스공장이 자유로운 분위기라 할지라도 국회의원이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이은재 의원의 경우는 국회 교문위 과정에서 ‘겐세이’라는 말을 써 더욱 부적절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교문위에 출석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대화를 하던 이은재 의원은 “왜 자꾸 깽판 놔?”, “왜 겐세이 해?”, “어디서 해먹던 버릇이냐” 등 막말을 쏟아냈다. ‘깽판’과 ‘겐세이’는 김상곤 부총리가 아니라 질의를 순화해달라는 유상엽 위원장을 향해 한 말이었다.

‘깽판’과 ‘겐세이’는 그 뜻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일상 대화에서는 쓰지 않는 저속한 단어들이다. 그것을 하필이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통해서 처음 듣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은재 의원의 경우 나중에 과한 표현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이 의원은 이미 막말로 유명한 터라 진정성 있는 사과로 여겨지긴 어려웠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처럼 국회의원들의 막말 퍼레이드를 접하는 시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제1야당 당대표의 상징어가 막말이고 보면 어쩔 도리 없는 일이라 포기하려고 해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품격이 이래서 되겠냐는 비판이다.

국민을 대신한다는 고상한 의미는 제쳐두더라도 국회의원은 본인의 세비를 비롯해서 보좌관 등의 보수 등을 모두 합치면 일 년에 7억 가까이 세금을 쓰는 대단한 고비용 공무원이다. 국회를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총비용은 훨씬 더 상승하게 된다. 자신에게 들어가는 세금을 무섭게 생각한다면 막말이나 일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국회의원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방송과 국회 상임위에서라면 그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도대체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유리지갑을 털려가면서 왜 또 부끄럽기까지 해야 하는가. 죄 없는 국민들에게 미루지 말고 정치인들 스스로 부끄러움을 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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