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 파일럿 방송은 평창동계올림픽 중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정상적인 방송이 어려운 상황에서 SBS는 <로맨스 패키지>라는 문제작을 내보냈다. 더 기이한 것은 4%대 시청률이 꾸준하게 나왔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정치인들을 포장하는 <우리가 남이가>까지 tvN을 통해 첫 방송되었다.

정치인들의 예능화;
짝에 대한 그리움 노골적으로 드러낸 SBS, 잘못된 짝짓기의 예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그게 방송의 숙명이라는 점에서 당연하다. 파일럿들은 정규 편성되기 전 가능성을 선보이는 형식이다. 파일럿 방송에서 평가를 받은 후 정규 편성 여부가 확정된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하다. 물론 케이블의 경우 이런 과정 역시 다양하게 시도한다는 점은 큰 차이다.

지상파의 경우 여러 규제가 존재하고 실패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감이 케이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tvN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자유롭다는 점이었다. 방송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다양한 편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 용이한 점은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었다.

SBS 파일럿 예능 <로맨스 패키지>, tvN 예능프로그램 <우리가 남이가>

3부작으로 파일럿 편성된 <로맨스 패키지>는 과거 <짝>의 새로운 버전이다. 한 공간에서 남녀가 모여 서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짝>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종영되었다. 방송의 자극적인 형태가 출연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전대미문의 촬영장 사망 사건으로 인해 <짝>은 사라졌다. 비난도 거셌다. 비난이 거센 만큼 열성적인 광팬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만큼 남녀의 짝짓기는 호불호가 명확해질 수밖에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방송사는 이 포맷을 버리기 어려웠던 듯하다.

<로맨스 패키지>는 호텔 방을 무대로 일반인이 출연해 자신의 짝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직업을 내세우고, 고급 차량을 증거로 등장시킨다. 그러면 여자는 그 조건을 보고 상대를 선택한다. 참 기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여성들을 그저 남성들의 재력이나 보고 평가하는 존재로 표현한 포맷이 과연 정상인가? 물론 상대의 외모를 보고 상대가 가진 재산을 모든 것의 척도로 보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절대 다수는 아니지만 그런 문화가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일상처럼 취급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를 극대화 시키는 짝짓기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SBS 파일럿 예능 <로맨스 패키지>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남자는 재력을 갖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쉼 없이 전달하는 <로맨스 패키지>는 <짝>의 밀당을 넘어선 노골적인 짝짓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와 크게 다를 것 없는 포맷은 그렇게 정규 편성을 노리고 있다.

26일 첫 방송된 <우리가 남이가> 역시 기괴한 방송으로 다가온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나와 자신을 무한포장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에서 이 프로그램이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의아하다. 여야를 포함해 정치인들의 방송 출연에 심사숙고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자기 포장에 달인들인 정치인을 예능에 내보내는 것은 대중성을 확보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대중에게 친근해지면 이는 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들의 방송 출연은 신중해야 한다. 공평하게 모든 정치인들을 출연시킬 수도 없는 상황에서 편향성으로 인해 잘못된 메시지를 강요하는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방탄소년단의 '팔도강산'을 듣고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우리가 남이가'는 김기춘의 초원복집 사건으로 이어진다. 저열한 지역 구도를 노골적으로 부추긴 추악한 발언이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분열을 부추긴 '우리가 남이가'를 제목으로 쓰고 최악의 정치인으로 비난받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첫 방송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그 패기는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tvN 예능프로그램 <우리가 남이가>

과거 연예인들을 앞세워 강제 사과를 하는 방송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상대의 마음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사과를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는 것도 이상한 강제 사과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방적으로 소통을 강요하는 것이 소통일 수는 없다.

정치인들을 앞세운 방송은 그 본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포장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행한 행위들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지, 그저 웃고 떠드는 예능을 통해 포장하는 것은 결국 국가 전체의 해가 되는 행위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기이한 방송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현실이 정말 혼돈의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모든 삶이 예능화 되는 현실 속에서 노골적인 짝짓기와 정치인 홍보 방송이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지 모를 일이다.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한 방송을 하고 있는 중일까? 참 궁금하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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