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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미투운동 활용법이란진보 인사 '이중성' 부각에 초점…한겨레, "대표적인 본질 흐리기"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02.27 11:49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성폭력 피해 사례를 알려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운동'이 법조계·문화계를 넘어 사회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진보진영의 이중성 부각으로 프레임 변환을 시도하는 언론이 있다. 바로 조선일보다.

27일자 조선일보는 <'정의 구현' '인권' 내걸고 뒤로는 성폭력>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 모 신부가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여신도를 성폭행하려던 일이 뒤늦게 드러나 지난주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한 신부는 고 이태석 신부가 활동했던 남수단에 파견돼 4년간 선교 활동을 하면서 이태석 신부를 다룬 TV 다큐 '울지마 톤즈'에도 출연해 유명해졌다. 피해 여신도가 지난주 TV에 나와 한 신부의 성폭행 시도를 폭로하면서 알려졌다"면서 "한 신부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부터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과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 석방 요구 기자회견까지 시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성직자가 봉사 활동 하러 온 여신도를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사람이 '정의 구현'을 내걸고 있었다니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천주교 인권위원회 간부가 2014년 함께 활동하던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면서 "이 간부는 밀양 송전탑 반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등에 앞장섰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 민간 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 사람에게 '인권'은 위장 도구에 불과했다. 이런 위선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본심은 방송인 김어준 씨에 대한 언급에서부터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그런데 '나는 꼼수다'를 진행했던 김어준 씨는 지난주 인터넷 방송에서 '미투운동'을 언급하며 '타깃을 결국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일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현 정부나 좌파 인사들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계속 드러날까 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보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성폭력 피해자 문제에 좌파 우파가 어디에 있나"면서 "겉으로는 정의 인권을 내걸고 뒤로는 성폭력 저지르는 사람들이나 그 위선이 드러나는 것을 음모라고 보는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의 말 대로 성폭력 문제에 좌파 우파는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제시하는 사례와 문제제기는 진보진영 인사들의 과거 행적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중성'에만 주제가 집중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김어준 씨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김 씨의 다분히 정파적인 발언으로 앞으로 성폭력 피해를 폭로할 피해자들은 보수, 진보 양쪽에서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조선일보처럼 '이중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누군가는 '뒤에 누가 있느냐'는 근거없는 음모론을 펼칠 환경을 조성해준 셈이다. 그러나 미투운동이라는 상황, 김 씨의 부적절한 발언 등을 이용해 진보진영의 이중성을 부각하는 식의 보도는 옳지 않다.

▲27일자 한겨레 사설.

27일자 한겨레는 <#미투를 이용 말라> 사설에서 "지난 한달간, '미투 운동'은 검찰을 넘어 문화예술계, 종교계, 언론계 등으로 숨가쁘게 번졌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한 이상, 이 움직임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동시에 이것이 일회성 열풍에 그치거나 극단적인 성 대결로 가지 않기 위한 우리 사회의 진지한 제도적·문화적 노력이 시작돼야 할 때다. 최근 미투 운동을 이용해 어느 한쪽을 공격하거나 진영 대결로 바라보려는 일부 시각이 우려스러운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조선일보는 연일 여성단체를 비롯한 진보 진영의 '위선적 이중잣대'를 비판해왔다"면서 "대표적인 본질 흐리기다. 분야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터져나오는 폭로 앞에서 성폭력 문제가 얼마나 뿌리 깊고 만연해 있는지 성찰은커녕 특정 세력의 비판 수단으로 삼는 발상을 언론과 정치권이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단체나 여성가족부 비판은 사실관계 자체도 틀린 부분이 많을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떠넘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런 '궤변'에 맞서는 대응 역시 유감스럽다. 김어준 시사평론가는 '(어떤 세력들이) 피해자들을 좀 준비해 진보매체에 등장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로 생각할 것'이라는 팟캐스트 발언으로 주말 내내 논란이 되자 26일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 미투 자체를 공작이라고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면서 "하지만 극히 정파적으로 사고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아무도 성폭력이 '진보만의 또는 보수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도가 무엇이든 이런 발언은 미투 운동에 또 다른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우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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