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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사장들, 알아서 물러나라?"[기자칼럼] '방송계 요직 변동' 벌써부터 궁금한 동아일보
서정은 기자 | 승인 2007.12.18 15:09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구현돼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순진한 구호일 뿐인가? 이상론자의 뜬구름 잡기에 불과한가?

오늘(18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대선을 하루 남겨둔 지금 시점에서 대선 이후의 방송언론계 인사 문제를 조목조목 거론하고 있다. 멀쩡히 임기가 남아있는 공영방송 사장과 방송위원에 대한 교체 가능성을 당연한 수순인양 전망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새 부대를 짜고 거기에 새 주인과 새 술을 담아야 한다는 정치(현실) 논리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동아일보는 18일 <막판 인사잡음… '빅3 이슈'는 차기정부로> 기사에서 "19일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윤곽이 잡히면 MBC KBS 사장직과 방송위원 등 방송계 요직에도 적지 않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02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설 때 김대중 정부가 임명했던 KBS MBC 사장을 임기 만료 전 교체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유사한 양상이 빚어질 것으로 방송계는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 12월 18일자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우선 MBC 사장 자리와 관련해 이렇게 썼다.

"최문순 MBC 사장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난다. 최 사장이 연임을 위해 대주주(방문진)를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MBC 내부에서는 지난 인사에서 최 사장과 겨뤘던 엄기영 앵커를 비롯해 지방 MBC K모 사장과 모 방송위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문제는 MBC 사장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MBC) 사장을 선임하는 방문진 이사 9명이 현 정부에서 선임된 데다 임기도 2009년 8월까지여서 차기 사장에게 새 정부의 영향력이 얼마나 미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현 정부가 들어설 때 당시 김중배 사장은 임기가 2년 넘게 남은 상태에서 사퇴했다."

현 정부에서 뽑은 방문진 이사들이 임기가 남아있어 새 정부가 차기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끼치기 어려우니 아예 사장이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인가? 백번 양보해 MBC 사장은 임기가 내년 2월이라서 정권 교체기와 맞물린다고 치자. 2009년까지 임기가 남은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 동아일보는 아예 "임기를 다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 사장의 임기는 2009년 11월까지로 새 정부가 출범하고도 한참 뒤다. 정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바위처럼 견디며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혀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박권상 전 KBS 사장이 현 정부의 출범 이후 임기 만료 70여 일을 앞두고 사퇴한 사례로 볼 때 상황에 따라 정 사장이 새 정부에서 임기를 다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난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며 마치 알아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임기를 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대목에서는 '망신 당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충고 아닌 충고가 느껴진다. 

동아일보는 2009년 6월 임기가 끝나는 방송위원에 대해서는 살짝 한발 물러섰다. "임기를 무시할 경우 방송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반발을 살 수 있어 새 정부도 입김을 자제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방송위원까지 교체시키기에는 언론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새로 집권할 정부도, 동아일보도 알고 있기 때문일까? 일단 KBS와 MBC 사장 정도는 알아서 조용히 물러나주면 문제가 깔끔해진다는 그들만의 계산이 엿보인다. '방송 독립성 훼손'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비판을 한 줄 걸치며 면피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줄기차게 공격해왔던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한 반감은 숨기고 싶지 않은 눈치다.

그동안 방송위원 인선 및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잡음과 파문이 계속돼 왔고, 방송계 인사의 전문성과 부적절성이 항상 논란이 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법과 제도로 보장된 임기를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려 자의든 타의든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관행 아닌 관행을 문제 삼지는 못할 망정, 방송계 요직 교체가 차기 정부의 새로운 과제인양 열거하는 것은 너무 솔직해서 웃음이 난다. 정치 권력이 방송을 쥐고 흔들어도 된다는 천박하고 음흉한 발상에 벌써부터 힘을 실어주려는 것인가.

정권이 바뀌고 어떤 대통령이 입성하느냐에 따라 방송 정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신문방송 겸영, MBC·KBS2TV 민영화는 만약 실제 추진될 경우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들이다. 조중동 등 거대 신문들이 방송계의 인선 문제에 유독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방송위원회는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전제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9명으로 구성한다. 3명은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한 인사를, 3명은 방송관련 전문성과 시청자 대표성을 고려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국회의장이 추천한 인사를 임명한다. 임기는 3년이다. 

KBS 사장도 방송법 제49조(KBS 이사회의 기능)에 따라 이사회가 임명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역시 임기는 3년이다. 우여곡절과 파행을 겪기는 했지만 KBS 이사회와 KBS 노조가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인선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려고 시도했던 전례도 있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싸워왔고 지금도 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영방송 사장과 방송계 인사들은 줄줄이 사표를 내고, 새 정부에서 입맛대로 사람을 심을 수 있다는 불순한 사고들이 넘쳐난다. 집권 공신들의 자리 나눠먹기, 낙하산 인사, 정치권 줄서기와 같은 추악한 망령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언제까지 이 노릇이 반복돼야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를 감시해야 할 '신문 권력'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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