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새로운 스타의 등용문이다. 윤성빈은 스켈레톤 금메달로 확실한 스타로 올라섰고, 평창도 예외는 아니어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차민규, 김민석 등이 기대하지 못했던 메달을 추가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믿고 보는 쇼트트랙 여자선수팀은 이미 두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마지막 하나의 금메달을 향해 세 명의 선수가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평창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은 ‘팀 킴’ 여자컬링팀의 선전이다. 아직 최종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예선 9경기에서 1패만 하고 세계 강호들을 차례차례 쓰러트린 상승세는 최소한 메달권에 들 것을 기대하게 한다. 여자컬링팀은 23일 예선 4위 일본과의 준결승이자 리벤지매치를 기다리고 있다.

21일 오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여자컬링 예선 12차전 대한민국과 덴마크의 경기. 한국팀의 김은정이 스톤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전은 언제나 특별한 긴장과 투지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비록 한국팀이 예선에서 유일하게 일본에만 1패를 내주었지만 실력차가 아니라 마지막 엔드에서의 연이은 실수로 인한 역전패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팀이 준결승에서는 예선에서의 패배를 반드시 되돌려줄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한국 여자컬링팀이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게 된다면 2위 영국과 3위 스웨덴 전의 승자와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예선에서 한국 여자컬링은 영국과 스웨덴 모두를 이긴 기분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물론 한 번의 승리가 또 이길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자신감은 수치로 매길 수 없지만 매우 중요한 경기력이다.

21일 오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여자컬링 예선 12차전 대한민국과 덴마크의 경기. 한국팀의 김은정이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컬링팀이 어디까지 성적을 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정도로도 이미 그들은 한국 컬링역사에 신화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감독부터 선수까지 전부 김 씨 성을 가졌다는 사실 때문에 외국선수들로부터는 가족팀이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는 여자컬링팀은, 이번 평창의 눈부신 성적과 더불어 숱한 화제와 유행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안경언니’ ‘영미’ ‘김은정 로봇설’ 등등 누리꾼들은 연일 여자컬링팀에 관련한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덩달아 각 방송사 해설팀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KBS 최승돈 아나운서와 이재호 해설위원은 아재콤비로, 소치 여자컬링의 주역이었지만 이번에는 SBS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슬비는 ‘좋아요정’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모두 여자컬링팀의 인기를 반영하는 현상들이다.

21일 오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여자컬링 예선 12차전 대한민국과 덴마크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대표팀의 김경애(왼쪽부터),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가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컬링팀만이 아니라 비록 4승으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남자팀도 함께 동계올림픽의 새로운 볼거리와 즐거움을 국민에게 선사했다. 4년 전 여자컬링팀이 탄탄한 초석을 쌓아둔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은정 그리고 후보 김초희까지 다섯 선수들이 준 큰 선물이다.

이렇듯 여자컬링팀의 선전과 대중의 관심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이번에야말로 컬링의 전성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해볼 수 있다. 컬링은 다른 종목들과 달리 엘리트 체육이지만 동시에 생활체육적인 면을 갖고 있다. 또한, 올림픽이 아니어도 ‘팀 킴’을 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보급하고, 지원해도 좋을 충분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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