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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를 ‘사기’ 피해자라 프레이밍 한 채널A[전규찬 칼럼]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8.02.20 08:20

오랫동안 굳건히 닫혀있던 이학수 씨가 검찰에서 입을 열었다. 삼성이, 청와대 쪽 요청을 받고,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 MB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다스의, 미국 로펌 변호사 수임료를, MB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과의 구두 합의하에, 삼성이 진행했다. 사실이라면, 궁지에 몰린 MB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자수서 내용이 흘러나왔다.

뉴스매체들이 이 소식을 경쟁적으로 내보낸다. 자체 탐사취재에 나섰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 종편채널은 차이가 났다. 단독 플레이를 펼친다. 검찰로부터 얻은 정보도 아니고 스스로 취재해서 구한 사실도 아닌, MB측 해명성 이야기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것이다. MB의 대항, 대안 프레이밍 시도가 그렇게 돌아간다.

“다스 로펌에 사기 당했다”는 단정적 제목을 단, MB측의 항변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채널A>의 리포트다. 이를 <서울>, <국민>과 같은 신문들이 다시 옮긴다. 다만, <서울>은 “‘사기를 당했다’는 MB측의 주장이 삼성의 다스 변호사 수임비 대납을 부인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기 주장과 삼성 대납은 별개의 건이라는 해석이다.

[단독]MB 측 “다스, 로펌에 사기 당했다” (뉴스A 보도화면 갈무리)

MB측과 <채널A>가 설치한 사기 프레이밍 그 내용물을 살펴보자.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가 무료변론을 미끼로 먼저 접근해 왔다. 공짜라 해서 계약서 따위는 작성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변론은 고작 3시간뿐이었다. 자신들은 결국 사기를 당한 셈이며, 이와 관련해 ‘각하’의 사전 지시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대통령의 개입 의혹도 물론 사실무근이다.

MB의 역선전과 이를 충실히 대변한 <채널A>의 단독플레이는 검찰이 쫓고 정상의 저널리즘이 추적하는 사실입증의 압력을 과연 견뎌낼 것인가? 거꾸로, 진상규명에 나선 검찰과 저널리스트들은 MB와 종편의 합작 플레이를 뚫고, 진실의 힘으로써 거짓선전의 허위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사기’의 프레이밍은 너무나 허술했다. 사실, 진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다.

<주간경향>이 작년 10월 중요한 사실을 공개했다. 최근 다스 전 직원 김종백 씨가 검찰 첨단수사부에 제출했다는, 다스 측의 청와대 보고용 PPT 자료다. 다스가 MB에게 왜 이런 걸 보고하지? 아무튼, 거기에는 이렇게 뚜렷이 적혀 있었다. 에이킨 검프 측 김석한, 카라진스크 두 변호사를 “김백준과 구두합의를 통해 영입. 따라서 DAS와 별도의 수임계약 없음”.

바로 이 “현재까지 수임료에 대한 언급 없음”이라는, 자체 작성 리포트 문구를 MB는 지금 공짜의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법리는 두고, 논리적으로 우선 합당한 주장인가? 김백준이 별도 수임계약 없이 구두합의로 영입한 게 사실이더라도, 그래서 변론이 공짜라는 논리는 어떻게 가능한가?

이와 관련해, <MBC>는 삼성이 에이킨 검프에 다스를 대신해 보낸 수임료 규모를 가늠할 중요 단서를 내놓았다. “에이킨 검프에 소송을 맡길 경우 수임료가 10억 원가량 더 필요한 문제점을 정리한 대목”이라고 기자는 다스 내부 문건의 내용을 설명한다. “결국 이 돈, 다스 내부 문건에서 확인되는 26억 원은 다스가 아닌 삼성이 대납”한 걸로 정리가 된다.

쉽게 단언하면 안 된다. 앞으로 더욱 꼼꼼한 확인 취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짜’라는 저들의 논리는 다스와 로펌 사이에 성실히 대납한 누군가가 있을 때만 논리적으로 가능해진다는 사실이다. 만약 실제로 공짜인 게 맞다면, 사기 주장은 성립되지도 않는다. 애당초 공짜인데, 무슨 ‘사기’라는 건가?

[단독]MB 측 “다스, 로펌에 사기 당했다” (뉴스A 보도화면 갈무리)

한편, <채널A>는 선임된 로펌과 변호사가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는 MB측 주장도 그대로 실었다. 과연 에이킨 검프와 김석한은 다스에 진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나? 그러하지 않다는 것은, 즉 미국의 내놓으라하는 이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을지는, 활동의 과정과 결과로서 간단하게 입증이 된다.

2011년 2월 다스는 김씨가 스위스 계좌에 보관 중이던 140억 원을 돌려받는 데 성공한다. 2000년 BBK투자자문에 투자한 190억 원 중 미리 건네받은 50억 원을 뺀 나머지 뭉칫돈이다. 2007년 미 법원 패소 후 항소한 다스가 2009년 새 변호사를 선임하고 나서 불과 2년이 채 안 지나 얻은 성과다.

다스 변호사가 즉각 항소포기 의사를 밝힌다. 미 법원은 돈의 출처를 의심하면서 취하신청을 거부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말 것이다. 법정소송은 다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다. 이걸 김석한은 공짜로 했다?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도 에이킨 검프는 사실 한 일이 없다? ‘사기’만 쳤다? ‘사기’라는 용어를 이런 데, 이렇게 멋대로 써도 되나?

다스가 140억 원을 돌려받게 된 것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미 법무부의 협조요청에 따라 동결했던 김경준 계좌를 스위스 검찰이 해제하면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사기’의 비방과 거리 먼, 로펌 소속 변호사들의 대단한 역할을 목격하게 된다. <채널A>와는 전혀 결이 다른 진실의 저널리즘 덕택이다. 발로 뛴 탐사저널리스트들이 사실로써 ‘사기’설을 밀어낸다.

우선,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나섰다. 스위스 제네바 주 검찰의 결정문을 공개했다. 계좌동결조치가 해제되면 바로 140억 원을 다스 계좌로 송금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뉴스타파>는 이렇게 분석했다. “다스와 김경준 측 변호인의 서명이 들어 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양측이 합의한 내용을 스위스 검찰이 집행한 문서로 해석된다.”

<뉴스타파> ‘다스 140억 이체’ 스위스 검찰 결정문 최초공개

합의? 앞서 언급한 MB 보고용 PPT에 작성 시점 당시 에이킨 검프가 다름 아닌 “현재 스위스 형사 압류 건에 집중”이라 적혀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간경향>이 입수한, 140억 원이 다스로 넘어간 직후 작성된 다스의 또 다른 내부문건도 흥미롭다. 해당 로펌이 “Leading Council, 즉 소송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이라고 못 박고 있다.”

미국 내 다스 관련 소송들은 물론이고, 파트너 법무법인이 변호 맡은 미국 정부와 김경준 씨 사이의 재산소송, 스위스에서 또 다른 법무법인이 맡고 있던 김경준 예금계좌 압류소송까지도 에이킨 검프가 총괄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이 로펌은 2009년 9월 29일 김경준 측 변호사와 함께 다음과 같은 BBK사건 합의문도 한글과 영문으로 작성할 것이다.

김경준 측은 다스에 반환하지 않은 140억원과 2001년 8월 17일부터 2009년 9월 30일까지의 법정이자(원금의 약 50%)를 합산한 금액인 196억8250만원을 다스에 지급해야 하며(이자 56억8250만원), 김경준은 다스가 승인한 내용과 양식으로 다스에 공식적인 서면사과문을 발송하고…다스는 캘리포니아 주법원 소송 및 미연방법원에 계류 중인 청구 일체를 더 이상의 심리 없이 취소해달라고 신청하고, 다스는 스위스 검찰에 대해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 명의의 계좌에 대한 절차를 중지하도록 요청하며, 양자의 변호사 비용은 각자 부담하고….

상당 부분이 이 합의문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걸 ‘별도의 수임 계약’ 없이 ‘영입’되었다는 미국계 대형 로펌과 소속 변호사들이 총괄 지휘한 것이다. 그런데도 MB측은 “무료 변론을 미끼로 접근해 왔고, 변론도 제대로 하지 않은 변호사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비논리적인 억지주장을 <채널A>는 버젓이 옮겼다. 이게 프레이밍의 실체다.

이에 어찌 응대할지는 사기범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것. 우리는 우리 일만 하면 된다. 검찰은 삼성대납의혹을 철저히 밝히고, (포스트)저널리스트들은 선전에 맞서 탐사취재의 노력에 더욱 열중하는 것이다. MB가 찍소리 못하도록, <채널A>와 같은 채널이 후진 단독플레이를 못하게끔, 사실과 진실의 게임으로써 그들을 완벽히 압도하는 것이다.

전규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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