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옥의 티가 이제는 애교로 봐줄 만한 수준을 넘어 시청자를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간만에 나온 장악원 연주신은 지금까지 중 최악이었다. 중전의 선잠례를 위한 연습과정을 그린 장면을 보면서는 지금까지의 아쉽다, 실망이다를 넘어 분노를 느끼게 했다. 그 동안 블로그를 통해서도 그렇고, 홈페이지에도 많은 시청자가 국악 묘사에 대한 불만을 여러 번 남겼다.

"장악원을 무대로 조선의 화려하고 우아한 음악세계를 볼거리"로 제공한다는 기획의도와 달리 동이는 오히려 장악원을 허접하고, 초라한 조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한두 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계속되고 갈수록 더 심각한 오류를 범한다면 더 이상 실수로 볼 수 없다. 시청자를 무시한 막장 연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컨데 26회에서 동이와 설희가 의주를 떠날 때 배에 모터가 달린 것이 역력하다든지는 그나마 귀엽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만에 가득 찬 장악원 오태풍과 오호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된 곡은 궁중음악에서도 가볍게 들을 수 있어 자주 연주되는 곡인 <천년만세>였다. 어려운 곡이라면 혹시 몰라도 수제천만큼이나 자주 연주되는 곡인만큼 국악을 즐겨듣는 시청자라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 곡을 연주하는데에 무슨 사물놀이도 아니고 북과 장구가 줄줄이 배치되고 거기에 태평소까까지 들어갈 일이 절대 없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위쪽이 방송된 것으로 가야금에 안족이 하나도 없다. 사진 아래가 가야금의 안족이다.
이 곡은 서양음악으로 따지면 실내악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편성이 조촐하다. 대금·세피리·해금·가야금·거문고·양금·단소·장구 등으로 편성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정도의 소규모 편성은 물론이거니와 대규모 편성이라 할지라도 장구가 여러 대 편성되지는 않는다. 조용한 실내악에 태평소가 들어갈 리는 만무하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화면에 나온 가야금 연주부분에서 안족이 하나도 없는 가야금 두 대가 나란히 화면에 잡혔다. 안족이란 가야금이나 아쟁의 조율을 위해서 각각의 줄에 꼭 있어야 연주가 가능한 필수요소이다. 조율도 그렇거니와 한국 현악기의 대표적 특성인 농현은 이 안족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족이 없는 가야금을 버젓이 그것도 두 대가 화면에 잡혔다. 게다가 줄도 듬성듬성 빠진 듯 했다. 이 악기 상태로는 연주는 불가능하다. 음변으로 난리가 났던 그 궁궐이 맞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앙꼬 없는 빵은 먹기나 하지 안족 없는 가야금은 연주가 불가능한 일이다.

이래서는 "장악원을 무대로 조선의 화려하고 우아한 음악세계를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동이 제작진의 기획의도의 준수는 고사하고 시청자를 무시하는 태도로 보인다. 이제 장악원에 쓰지 않는 사물북이니 뭐니 따질 상황도 못된다. 대금이 산조용, 정악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점도 당연하다. 장악원 묘사에 있어 거듭되는 부주의와 무성의함은 도가 지나친 막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물북과 장구가 각각 3대씩이다. 사물놀이를 한다면 몰라도 이런 편성의 장악원 연주는 죽었다 깨도 없다.
진정 이병훈 감독은 이 정도밖에 못하는 것인가? 물론 26회쯤 왔으면 촬영과 편집에 넉넉한 시간이 없음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야금에 안족이 달리지 않은 정도는 누가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화면을 내보내는 배짱이 놀랍다. 차라리 위 사진처럼 풀샷으로 갔으면 그나마 흠잡힐 일을 조금이라도 줄였을 것이다.

장악원을 무대로 한다는 동이 제작진의 국악기에 대한 무신경하고 무지함은 도가 지나쳤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회마다 들어가는 국립국악원 협찬이라는 로고는 왜 들어가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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