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이 개막한 지 4일째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예선 1라운드 가운데 절반이 끝났습니다. 한국 축구가 세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상승세를 탄 가운데, 우승 후보들의 전력도 조금씩 드러나면서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는데요.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반면 독일은 국제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팀답게 첫 경기에서 화끈한 경기력으로 최다 골을 뽑아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습니다. 또 우리와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는 무난한 승리를 거두며 일단 가볍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 가운데 가장 불안한 전력을 드러낸 팀은 예상했던 대로 프랑스였습니다. 본선에 올라온 과정도 시원치 않았던 프랑스는 남미의 다크호스, 우루과이를 상대로 이렇다 할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0-0 무승부를 거두는데 그쳤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문제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예전부터 자리 잡아서였는지 프랑스 축구 특유의 세밀하고 조직적인 '아트 사커'는 찾아볼 수 없었고, 우루과이 선수 한 명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를 보였음에도 전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습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가운데, 지난 대회 준우승의 기적을 일궈냈던 레몽 도메네크 감독이 어떤 전략을 앞으로 보여줄 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골키퍼 때문에 미국과의 1950년 월드컵 패배 악연을 끊지 못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습니다. 스티브 제라드의 빠른 선제골로 의외로 손쉬운 승리를 점쳤지만 전반 40분, 클린트 뎀프시의 중거리 슈팅을 골키퍼 로버트 그린이 뒤로 흘리면서 동점골을 허용해 자멸했습니다. 약점이 경기 전체의 판도를 뒤흔든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매끄럽지 못한 공수 전환과 답답한 공격 흐름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44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 입장에서는 앞으로 남은 경기 전략을 짜는데 있어서 많은 고민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남은 경기 상대가 슬로베니아, 알제리 등 약팀이라 할지라도 잉글랜드 특유의 화끈한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의외로 힘 한 번 못 써보고 탈락할 가능성도 있어 보였습니다.
또 아르헨티나는 비록 1골에 그치기는 했지만 남미 예선에서 보였던 불안한 전력을 훌훌 털고, 조직적이고 빠른 축구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역시 B조 최강팀다운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스타, 리오넬 메시는 자유자재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10여차례의 슈팅을 날리면서 몸을 풀었고, 테베스, 이과인 등 다른 공격수들의 몸놀림 역시 톱클래스 수준을 자랑하며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해 냈습니다. 골을 넣지 못한 결정력이 부족했던 것이 눈에 띄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만큼은 남미 예선 때보다 더 짜임새 있고, 안정적인 모습을 갖췄음을 보이면서 남은 경기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일단 첫 경기가 전체적으로 몸을 푸는 수준이었다면 2차전부터는 순위 싸움을 위해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으로 모두 경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네 팀 모두 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2차전에서 이기는 전략으로 1차전 때보다 더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게 맞이할 우승 후보는 어느 팀이 될 지, 반대로 부진을 거듭하며 희생양이 될 팀은 누가 될 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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