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시트콤의 기본에 충실한 <으라차차 와이키키> (2월 5일 방송)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현실적인 상황, 디테일한 설정,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주인공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블루오션 창업이라는 얘기에 덜컥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지만 수익은커녕 수도세 40만 원도 못 내고 대출 이자도 꼬박 꼬박 밀려있는 세 남자들이 주인공이다.

더 이상의 최악은 없을 거라는 셀프 위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리는 아기 웃음소리. 겉으로 보기엔 CEO지만 수익적인 면에서는 백수나 다름없는 세 남자에게 덜컥 찾아 온 아기. 그 아기를 대하는 세 남자의 자세가 너무 비장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비닐장갑을 끼고 마치 수술 집도를 앞둔 장준혁처럼 비장하게 아기 똥 기저귀를 여는 강동구(김정현).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안고 여자 친구를 찾아간 동구에게 내려진 뜬금없는 이별통보. 그 와중에도 아이의 컨디션을 위해 허리 바운스를 유지한다. 수도에 전기까지 끊길 상황이 되자, 자존심 때문에 여자 친구 스튜디오에 버리고 온 커플링을 찾으러 간다. 몰래 커플링 팔려고 하다가 여자 친구에게 들키고,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해 자존심 따위 버린 채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었는데 그 순간 그녀의 썸남이 나타난다. 창피해서 바닥에서 얼굴을 못 떼고 있었는데 심지어 119 구급대까지 출동.

동구의 하루는 시트콤의 기본 공식을 압축시켜 놓은 것과 같았다. 본인은 진지하고 굉장히 비극적인 상황인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보다 더 웃길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여자 친구에게 차인 동구를 위로하기는커녕 “그걸(커플링) 왜 버려? 그거 금이잖아. 그거 팔았으면 수도세 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커플링을 버린 동구의 자존심을 탓하는 준기(이이경)와 두식(손승원). 지질해서 더 공감 가는 시트콤이다.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몰래 커플링 팔려고 하다가 여자 친구에게 들킨 동구, 영화계 대스타의 제스처를 알아듣지 못해 얼떨결에 동성 배우에게 뽀뽀를 한 무명 배우 준기, 유축기를 안마기로 착각해서 등에 붙인 두식, 처음 보는 여자의 유선까지 뚫어 준 서진(고원희). 바람 잘 날 없는 하루. 우당탕탕, 티격태격, 좌충우돌. 딱, <시트콤>답다.

이 주의 Worst: <토크몬>, <강심장>과 다를 게 뭐죠? (2월 5일 방송)

<강심장>을 연출했던 박상혁 PD의 토크쇼, <강심장>을 진행했던 강호동의 토크쇼. tvN <토크몬>은 이름만 달라졌지 <강심장>과 다를 바가 없다.

tvN 예능 프로그램 <토크몬>

이날 <토크몬>의 키워드는 가족사였다. 선미는 데뷔 3개월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사연을 전했고, 김광식은 미숙아로 태어나 죽을 고비를 넘긴 딸 이야기를 했다. 선미는 본인이 얘기하면서 울었고, 김광식이 얘기할 땐 나머지 출연자들이 울었다. 감동과 눈물, <강심장>이 숱하게 써 먹었던 카드였다.

가족사 고백 외에도 3시간짜리 공연 대사 소화하기, 처음 번 돈이 아파트 3채 값, 종범신의 슬럼프 극복기 등 제목만으로도 굉장히 강한 주제들이 연이어 나왔다. 이것도 역시나 <강심장> 스타일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토크몬>

출연자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면 강호동이 그걸 굉장히 느끼하게 과대 포장한다. 모모랜드의 주이에게 매니저 몰래 용돈 50만 원을 줬다는 가수 박학기 이야기가 끝나자, 강호동은 뜬금없이 “자, 박학기 선배님에게 박수 세 번”이라고 다 같이 박수 세 번 치도록 유도했다. 또한 “호동이는 체험이 안 되는 거예요?” 같은 식으로 본인을 3인칭화해서 억지로 귀엽게 말하는 투도 여전했다. 이제 더 이상 먹히지 않는, 너무 파이팅 넘치고 올드한 진행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토크몬>은 선미의 가족사 고백으로 4회 만에 가장 큰 이슈를 모았지만, 그것이 곧 <토크몬>의 성공이라 장담할 순 없다. 그저 <토크몬>의 감동 강요 코드와 선미의 가족사 고백이 잘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과거 <강심장>에서도 가장 인기 있던 토크 주제는 바로 가족사였다. 선미의 토크가 시작되자마자, 이미 제작진은 잔잔한 노래를 깔면서 본인들의 의도대로 시청자들이 감동받을 수 있도록 멍석을 단단히 깔아뒀다.

tvN 예능 프로그램 <토크몬>

MC 강호동의 올드한 진행 스타일, 유명 스타 섭외 대신 그 스타 분장을 해서 웃음을 주는 신동의 역할, 마지막에 최고의 토크왕을 선정하는 룰, 감동 스토리, 그중에서도 가족사를 가장 좋아하는 취향. 세트장을 5년 전 <강심장> 테이블로 옮겨놓아도 전혀 이물감이 없을 정도다. <강심장>과 하나 다른 게 있다면, 김제동 명언만 없을 뿐이다.

리얼리티 예능 홍수 속에서 정통 토크쇼를 시도한 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정통’이라서 차별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토크쇼 포맷을 가져온다고 해서 진행 방식까지 과거 스타일대로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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