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 연합뉴스와 중앙일보의 헛발질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일 중앙일보는 연합뉴스의 사진을 인용하면서 선수촌에 다른 나라 국기들보다 큰, 최대 크기의 인공기를 걸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프레임 조작이었다. 연합뉴스의 또 다른 사진을 보면 인공기보다 훨씬 큰 다른 나라 국기가 선수촌에 걸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는 오보를 인정했다.

그리고 지난 7일 다시 연합뉴스와 중앙일보가 합작해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응원단을 취재하던 연합뉴스 사진기자가 선을 지키지 못한 사건이었다. 13년 만에 만나는 북한응원단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으니 사진기자로서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야만 했을 것이다.

논란이 되자 연합뉴스는 관련 사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마 넘어선 안 될 선까지 넘어갔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가평휴게소에 들른 북한응원단을 따라 여자 화장실까지 쫓아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주저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이를 본 시민들이 “북한응원단은 인권도 없나?” 등의 항의성 댓글이 달기 시작했다. 논란이 되자 연합뉴스는 일부 사진을 삭제했고, 해당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의 판단이 흐려졌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다.

그렇게 연합뉴스가 곤욕을 치르는 동안에 중앙일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연합뉴스 사진을 그대로 받아 가공했다. 중앙일보는 핑계를 댈 사진기자조차 없다. 그저 한국 주요 신문의 수준을 세상에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게다가 연합뉴스는 화장실 사진을 삭제했다고 했지만, 아직도 일부 화장실 사진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 애나 파이필드 기자 트위터 갈무리

이런 기가 막힐 일이 벌어지자 한국 언론의 수준에 대해서 외신기자의 발언이 트위터에 등장해 많은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지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도 했던 워싱턴포스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진짜 역겹다. 이래서 기레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반응했다. 이 외신기자는 이 기레기라는 단어를 직접 한글로 입력했는데, 기레기라는 단어를 외신기자도 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새삼 부끄럽기도 한 상황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인해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등 여성인권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런 사회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언론이 그 역할을 해내기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반인권적인 의식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오죽하면 외국기자가 굳이 한글을 직접 써가면서 기레기라는 말로 비난하게 됐겠는가. 저널리즘의 위기 이전에 인간의 위기가 더 시급한 한국 언론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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