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평창올림픽 개막과 함께 '평창 외교'로써 남북·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이 예정된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 부부장이 특사로서 한국의 남북 정상회담 요청에 대한 답변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들고 올까요?"라는 질문에 "그거 아니면 올 일이 없는 사람"이라며 "아직 특사라고 성격 규정을 할 수 없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대해서 뭔가 답을 보내겠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정세현 전 장관은 김여정 부부장을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판 유일의 문고리'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지금 북한 체제의 특성상 쉽게 김정은 위원장한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김 부부장은)평양판 문고리다. 그것도 유일한 문고리"라고 표현했다.

북한은 북핵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이른바 '남한 패싱'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과의 대화만을 고집해왔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은) 작년에 우리가 제안한 대화에 대해 대꾸도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작년까지 미국이 최대압박을 통해 북한이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약속하고 회담에 나오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안됐다"면서 "북한도 마찬가지다. 미사일 계속 발사해대면 미국이 얘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으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라는 다리를 통해 미국 땅으로 건너가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세현 전 장관은 "코리아 패싱이니 이런 것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미북 대화가 성사된 뒤 남북 대화를 북한이 버리고 갈 수 없다"며 "남북 대화가 계속돼야만 미북 대화도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해결, 두 갈래로 병행적으로 진행돼야 된다는 것은 그 사람들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 전제가 없이는 대화테이블에 앉이 안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미국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비핵화라는 게 긴 시간 동안 대화를 해서 마지막에 받아낼 수 있는 성과다. 대화 시작도 전에 비핵화를 먼저 약속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건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막상 흥정이 붙기 시작하면 미국도 앞으로 바뀔 것이다.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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