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이사회가 새 사장 선출 과정에 '시민자문단'을 구성해 의견을 반영키로 한 것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 'KBS 새 사장의 조건, 자질 그리고 과제'에서 발제를 맡은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이번 KBS 후임 사장 선출 과정에서 시민자문단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조 교수는 "공론화위를 구성하는 것은 (다른방식에 비해)상대적으로 국민적 대표성이 높다"면서도 "결국 숙의를 이 안에서 해야하는데 시간을 많이 줘야 한다. 전문성이 없는 분들은 교육시켜서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항제 교수는 "효력의 문제도 있다"며 "'이들의 결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들의 결정을 나중에 뒤집으려 하면 상당한 부담이 있다. '자문단은 왜 뒀냐'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여의도 보이스카웃 회관 강당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주최로 'KBS 새 사장의 조건, 자질 그리고 과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안 전 협회장은 "저희는 10년동안 싸워왔고 누가 싸워왔는지도 알고, 그런 내부적 평가가 있다"며 "그런데 제도로서 나온 '시민단'의 평가가 잘못하면 말을 번지르르 한다던지, 프리젠테이션을 잘한다던지, 인상이 좋다던지 하는 걸로 잘못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털어놨다.이와 관련해 방청석의에 자리한 안주식 전 KBS PD협회장은 "이번 사장 선임과 관련해 새로 도입되는 '시민단' 역할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전문성이라던지, 사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객관적으로 없는 상황에서 '이분들의 평가가 얼마나 반영될 것인가'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우려에 조항제 교수는 "일반시민들이 가지는 시민감수성 자체를 인사에 도입해보자는 취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분들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시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시민단이)자기가 하는 행동에 대한 일정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상호간 토론이 필요하다"며 "그분들이 그동안 KBS에 관심을 계속 기울였던 분들도 아니고, 상당히 그런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답했다.

조항제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또 조항제 교수는 "'국민에게 어떤 권한을 줄 것이냐', 공론화위가 일정한 결정을 내면 그 안에서 결정해야할 사안들이 있는데 쉽게 합의를 도모하기가 어렵다"면서 "일반 시민들이 반영된다는 것 자체는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좀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KBS 이사회는 24일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책설명회를 실시하고, 시민자문단 회의를 거쳐 26일 면접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출할 계획이다. 신고리원전 공론화 과정과 달리 시간이 촉박해 자칫 '숙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KBS 차기 사장의 자질과 관련해서는 '인권감수성'이 높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언경 공영방송 정상화 시민행동 상황실장(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외주제작, 작가 등 방송사 내 처우개선 문제를 후순위에 놓지 않는 분이 사장이 돼야 한다"며 도덕성·청렴성·인권감수성을 후임 사장의 덕목으로 강조했다.

김언경 실장은 "국민들 생각에 KBS가 정상화 됐을 때 '진보적인 내용으로 방송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보다도 지금의 갑질 형태가 먼저 정상화돼야 한다"며 "국민들은 KBS에 수신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더 요구할 수 있다. 상품권 페이, 조직 내 성폭행 문제 등 다른 곳은 잘 못하더라도 KBS만이라도 선도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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