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월드컵에서 이렇게 화끈한 경기를 펼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멋진 축구를 선보인 한국 축구였습니다. 골을 넣은 타이밍도 좋았을 뿐 아니라 넣는 장면 역시 마치 연습 경기를 하듯 가벼웠고, 골과 다름없는 기회도 패스와 빠른 움직임을 통한 만들어가는 플레이로 유럽 톱클래스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며 완벽한 승리를 챙겼습니다. 한국의 빠른 플레이에 그리스 선수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결국 한국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향한 힘찬 출발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12일 밤(한국시각),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조별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은 모든 선수들이 다 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2-0으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좀 더 많은 골이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국 선수들은 연습 경기처럼 경기를 지배하다시피 하면서 시종일관 압도하는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한국 선수들의 신명나는 플레이에 꽤 일찌감치 승부가 갈리자 2-0이 된 이후부터는 이전 월드컵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던 '즐기는 축구'를 기분 좋게 볼 수 있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공언처럼 '유쾌하고 즐기는 축구'가 그리스전 첫 경기에서 선보인 것입니다.

▲ ⓒ연합뉴스
이날 승리에 결정적인 골을 넣은 중앙 수비수 이정수, 캡틴 박 박지성의 활약도 빛났지만 보이지 않은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해낸 14명(교체 선수 3명 포함)의 태극전사 모두 빛나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모 외신 사이트에서 매긴 평점에서 골고루 평점 7-8점을 받았던 것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선수들은 개인의 역량과 팀 플레이의 조화를 거의 완벽하게 이뤄내며 완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무실점 경기를 소화한 데에는 수비진의 철저한 협력 수비와 정성룡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습니다. 이영표의 리드를 중심으로 악착같은 움직임과 유기적인 라인 형성에 많은 신경을 쓴 포백 수비,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는 테오파니스 게카스,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 같은 실력 좋은 선수들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며 2002년 이후 8년 만에 무실점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영표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수비진의 움직임을 전반적으로 이끌었고, 차두리는 피지컬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측면을 장악하며 신속한 공격 전환에서도 좋은 움직임을 보이며 8년 만의 월드컵 본선 복귀전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또 조용형, 이정수 두 중앙 수비 콤비는 적절한 커버플레이와 적극적인 맨마킹으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거의 내주지 않았고, 월드컵에 처음 출장한 정성룡은 안정적인 선방과 공중볼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며 무실점 경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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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더는 빠르고 공격적인 움직임, 패싱 게임으로 그리스 중원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정우는 활발한 움직임과 악착같은 수비로 그리스 공격을 1차적으로 무력화시키며 대단히 돋보였고, '쌍용' 기성용, 이청용은 활발한 공격과 날카로운 패싱으로 공격의 활로를 불어넣으며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과시했습니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인 박지성은 늘 그랬듯 변함없는 활약으로 '캡틴 박'의 위용을 과시했고, 교체 출전한 김남일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한 플레이로 공격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격에서는 박주영이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활발한 움직임과 감각적인 침투 플레이로 그리스의 골문을 잇달아 위협하며 눈에 띄었고, 염기훈은 대표팀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이 뛴 선수로 기록됐을 만큼 왕성한 활동으로 그리스 수비진을 괴롭히며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데 시발점이 됐습니다.

이런 선수 개개인의 활약이 유기적으로 잘 엮여지고, 경기의 흐름 자체가 거의 한국 쪽으로 기울면서 외국 경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즐기는 축구'를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마치 A매치 평가전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자신있게 연습했던 대로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긴장감이라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을 만큼 대담하고 멋진 플레이를 잇달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경기 내적으로나 또 이러한 외적인 면을 놓고 봐도 이번 그리스전은 그런 면에서 역대 월드컵 한국 경기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경기가 아니었나 평가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전 승리를 바탕으로 완전히 기가 살아난 한국 축구. 앞으로 남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그리스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지금처럼만 기세를 이어나간다면 그 어떤 팀도 두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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