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3경기 연속 선발 투수가 호투하고, 4번 타자가 홈런을 치며 승리했습니다. 특히 박병호는 4회초 1사 후 선발 로페즈를 두들기는 2점 홈런으로 선제 결승타를 기록했는데, MBC 청룡 이래 29년 동안 3경기 연속 홈런으로 결승타를 기록한 최초의 타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3경기 동안 홈런을 뿜어내며 공략한 구질이 몸쪽 직구와 변화구 2개라는 점에서 분명 박병호는 일취월장했습니다. 6회초 1사 2루에서 고의 사구를 얻었는데, 지난주까지만 해도 어색했을 장면이 이제는 당연히 여겨질 정도입니다. 부디 박병호가 3경기 연속 결승 홈런에 안주하기보다, 7회초 1사 만루에서 타점을 얻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난 것에 반성하는 욕심 많은 4번 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어제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4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의 정성훈이었습니다. 정성훈은 최근 5번 타순에 배치되고 있는데, 4번 타자가 우타자 박병호임을 감안하면 역시 우타자인 정성훈의 5번 타순 배치는 의외의 기용입니다. LG에는 빅5 중 4명에 해당하는 좌타자가 있으며, 작은 이병규와 손인호 또한 좌타자입니다. 물론 빅5 좌타자들의 컨디션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점도 있지만, 정성훈의 컨디션 역시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의문을 자아내는 타순 배치였습니다. 하지만 정성훈은 6회초 6:0으로 달아나는 3점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고의 4구 다음에 나온 타자가 홈런을 터뜨릴 경우 상대 팀이 받는 충격은 지대한데 정성훈의 홈런은 카운터펀치와 다름없었습니다. 7회초 1사 만루에서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정성훈마저 범타로 물러났다면 흐름이 기아로 넘어가며 어제처럼 끝까지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으며, 계투진을 소진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정성훈은 2사 후 8:0으로 달아나는 2타점 적시타로 기아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습니다.

▲ 정성훈 ⓒ연합뉴스
따지고 보면 5회초 풀카운트 끝에 애매한 스윙이 볼 판정을 받아 볼넷으로 출루한 오지환을, 연속 진루타로 3루에 보내고, 2사 후 이대형의 빗맞은 안타로 홈으로 불러들였다는 점 역시 기아로서는 기분 나쁜 실점이었을 것입니다. LG는 6회초까지 4개의 볼넷과 3안타를 묶어 6득점하는 모처럼의 집중력을 과시했는데, 이는 2개의 홈런, 즉 장타의 힘에 기인한 것입니다. 7회초와 9회초 2사 후 이병규의 연속 적시타는 큰 점수차에 만족하지 않고 후배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하는 의미였습니다.

봉중근은 7이닝 5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4회말 몸에 맞는 공 2개와 실책성 내야 안타로 비롯된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삼진과 병살타로 무실점하며 왜 봉중근이 LG의 에이스인지 과시했습니다. 이번 주 LG는 4승 1패를 거두고 있는데, 4승이 모두 선발승이며, 이번 주에 등판한 모든 선발 투수가 선발승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LG가 시즌 개막 이후 처음으로 ‘선발 야구’를 시작한 것입니다. 마무리 오카모토가 부상으로 결장하고 계투진이 과부하로 불안하여 전환점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 선발 투수들이 분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더마트레의 영입에서 비롯된 것인데, 만일 더마트레가 오늘 경기에서 기아를 상대로 선발승을 거둔다면, 3경기 연속 선발승으로 확실한 안정감을 심어주게 됩니다. 더마트레는 한국 무대 데뷔전에서 10실점 패전을 안긴 기아를 상대로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등판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기아 타선의 침체를 감안하면 더마트레의 호투를 조심스레 예상할 수 있으니, 타선이 서재응의 완급 조절에 막히지 않는다면 시즌 첫 스윕을 노려볼 만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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