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와 안미현 검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매우 컸다. 개인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통해 검찰 내부의 윤리적 문제점을 드러냈고, 이는 곧바로 사회 전반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운동으로 번져나갔다. 검사마저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될 때에도 잠잠하던 우리 사회마저 움직이게 됐다.

안미현 검사의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취업비리는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을 더욱 좌절케 하는 것으로 이 역시 내막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파문을 가져왔다. 정부는 단호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 역시도 외압에 의해 방해를 받았다는 사실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에 이어 검찰 조직의 더 근본적인 문제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것이다.

검찰은 의외로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조희진 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했으며, 강원랜드 수사 외압에 대해서도 역시 양부남 검사장을 단장으로 임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조처는 빨랐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미지수다. 어쩌면 우려가 더 크다고도 할 수 있다.

서지현 검사 이름 지우고 짐 빼고 "보복조치" 반발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성폭력 진상조사단의 경우 단장 조희진 검사장에 대한 논란이 컸으나 검찰은 이를 무시한 채 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진상조사단이 꾸려지기 전부터 제기돼왔던 셀프조사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떠들썩하게 출발했지만 지금껏 알려진 성폭력 피해 사실 이상의 조사 결과를 낼 의지가 분명하냐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7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전해진 서지현 검사 관련한 소식은 진상규명을 약속한 검찰의 진정성을 크게 흔들었다. 통영지청이 서지현 검사의 사무실을 없애 버렸고, 사무실에 있던 짐들도 관사로 옮겨버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검사가 없으면 해당 팀이 일을 할 수 없어 직원 및 사무실 재배치가 불가피했으며 짐은 서 검사의 요청에 따라 처리했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듣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한심하고, 부끄럽다’는 반응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지현 검사에 대한 악성루머와 음해에 대한 보도가 많았지만 반신반의했다는 사람들조차도 검찰의 ‘책상치우기’에 대해서는 옹졸한 보복행위로 보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내부고발자나 노조원을 괴롭히는 방법과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6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 관련 여당의 위원장직 사퇴촉구에 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7일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자신의 강원랜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안미현 검사를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알려졌다. 권 의원은 안미현 검사에 대해 명예훼손, 통신비밀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으로 고소했다. 애초에 권 의원은 안미현 검사에 대해서 인사불만으로 폄하한 바 있었다.

이처럼 두 검사가 용기를 내어 사회에 목소리를 내자 검찰과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된 국회의원이자 법사위원장이라는 권력은 그들을 모욕주거나 혹은 고소하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검사출신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현직검사가 공중파에 얼굴을 드러내고 소상하게 얘기하는 건 자신의 일생을 걸었다는 얘기”라며 두 검사의 양심선언의 의미를 대변한 바 있다. 서지현 검사와 안미현 검사의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검찰에서의 출세는 포기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게 두 검사가 일생을 걸고 얻고자 했던 것이 정의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두 검사에게 지금 당장 돌아온 것은 옹졸한 보복뿐이다. 슬프고 부끄럽고 여전히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면서 “안미현 검사가 이번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불합리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검찰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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