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통합해 창당할 예정인 미래당을 향해 "배신자"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은 "걸레를 물었느냐"며 일축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비난이 단순한 막말이 아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잠재적 보수대체제 떠오르고 있는 미래당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4일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24년 동안 나는 상대방을 대적하는 데 힘을 쏟아왔지, 내부 총질은 단 한 번도 한 일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외부의 적은 보복이 두려워 말 한 마디 못하고 내부는 아무리 총질해도 개혁으로 포장만 하면 되니 안전하게 내부총질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그러나 개혁을 빙자해서 내부 총질로 주목 받아 커온 정치인들은 언제나 말로가 좋지 않다"면서 "민주당에서 내부 총질하다 떨어져 나간 사람이 우리당에서 내부 총질만 하다가 떨어져 나간 사람과 합쳐 본들 그 당은 내부 총질 전문당이 될 수밖에 없다. 배신자 집단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홍준표 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배신자"라면서 "한 번 배신은 두 번 배신을 불러오고 종국에 가서는 정치 불신의 근원이 된다. 더 이상 이 땅에 배신의 정치가 개혁으로 포장돼 국민들을 현혹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오는 13일 창당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인 미래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걸레를 물고 말하는 듯한 홍 대표 발언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 "홍 대표가 새롭게 창당되는 미래당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의 SNS에 표현했다. 평상시 말씀을 아무말대잔치로 하시는 분이라 뭐라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4일 발생한 자유한국당과 미래당 사이에 신경전은 홍준표 대표의 의도적 정치행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잠재적 경쟁자가 될 미래당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을 앞서나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2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미래당은 17%의 지지를 얻어 10%의 지지를 얻은 자유한국당을 크게 따돌렸다. 1월 4주차 조사에서도 같은 조사결과가 나왔었다. 특히 미래당이 보수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보수층에서 미래당 지지율은 지난 1월 4주차, 2월 1주차 조사에서 27%의 지지를 얻어 각각 20%, 26%의 지지를 얻은 자유한국당을 앞섰다.

보수의 심장으로 자유한국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미래당의 선전이 돋보인다. 미래당은 1월 4주차 TK 지역에서 20%, 2월 1주차 16%의 지지를 얻어 각각 18%, 20%의 지지를 얻은 자유한국당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의 보수대체제로 미래당이 주목받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안철수, 유승민 대표 비난이 단순한 '막말'의 차원이 아닌 '견제구'로 풀이되는 이유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에게 표를 던질 보수성향의 유권자가 미래당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던진 견제구란 얘기다.

인용된 1월 4주차 여론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2월 1주차 여론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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