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현행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한국에서의 '미투(#MeToo)'운동이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고, 특정 게시물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주장만으로도 게시물의 게시를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분야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을 비롯하여 피해자가 성폭력 경험을 자유롭게 고발하는 물결이 일기는 힘들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픈넷은 "물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때'에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익성의 판단은 뒤의 일일뿐, 일단 타인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하기만 하면 허위·진실 여부를 불문하고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돼 명예훼손 고소·고발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 검사가 '명백한 명예훼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오픈넷은 "나아가 최종적으로 고발의 '공익성'을 인정받을지도 미지수"라며 "'공익성'의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판사에 따라서는 성폭력 가해자가 누구인지까지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개인적인 비방의 목적이 더 크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픈넷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조치(게시중단) 제도를 이용해 인터넷상의 고발글들도 손쉽게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정보삭제 요청을 받으면 특정 게시글의 명예훼손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도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오픈넷은 "임시조치 제도는 어떤 게시물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신고)만으로 해당 게시물을 게시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제도"라며 "때문에 포털들은 대부분 게시글 내용에 공익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신고자의 이름이 게시글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지만을 확인하고 신고를 받는 족족 차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포털이 임시조치한 건수는 200만 건이 넘었다. 2012년 23만 여건이던 임시조치는 2015년에는 48만 여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오픈넷은 "법제와 임시조치 제도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문제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내부 고발은 크게 위축되거나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제도들이 반드시 폐지돼 진실 앞에서만큼은 피해자가 당당하고 가해자가 두려움에 떠는 당연한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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