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가 독단적인 결정으로 구설수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전당대회까지 무산됐다. 안 대표는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4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 소집을 취소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대표가 전당대회를 취소하게 된 배경에는 '이중당적'이란 문제제기가 있었다. 30일 국민의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이중당적 문제, 당원비 대납 의혹 등으로 2월 4일 정상적으로 전국당원대표자대회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철수 대표가 의장으로 있는 당무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준위는 "탈당도 하지 않고 다른 당을 만든 이들의 해당행위로 대표당원 명부 확정이 불가능하다"면서 "(민주평화당이) 한글이름 외에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분류작업을 전당대회 전일인 2월 3일까지 끝내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준위는 "통합추진위원회에서 13일로 (통합을) 잠정 합의했는데, 이에 맞춰 우리도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 측의 '이중당적' 주장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 한국 정당법에서 이중당적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합반대파가 추진하고 있는 민주평화당은 아직 정당으로 공식 창당된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민주평화당 창당발기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민주평화당 당적을 가진 게 아니란 얘기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이 돼야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창당이 안 된 상태에서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이중당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해당행위로 봐서 제명 등의 징계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의신청 절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당대회 전에는 징계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의당 전준위 등 안철수 대표 측의 이 같은 주장과 결정은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통합 부결 사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국민의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민주평화당은 6일 공식 창당을 예정하고 있다. 즉, 민주평화당으로 합류할 대표당원들도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약 1000명으로 추산되는 통합반대파 대표당원들이 전당대회에 참여해 반대 표를 행사할 경우 통합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들이 전당대회 참여를 집단 거부할 경우 자칫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까지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안철수 대표 측이 이중당적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아직 창당대회를 치르기 전인데 발기인이 어떻게 이중당적일 수 있는지 정말 해괴하다"면서 "발기인의 경우 다른 당적을 가진 채 창당발기인이 될 수 있다는 정당법이 안철수 사당에 적용이 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안철수 대표는 31일 오후 당무위를 소집하고 전당대회 소집을 취소했다. 따라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전당대회가 아닌 전당원투표의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한편,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각종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통합 찬반을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당원투표를 제안하는가 하면, 전당대회를 분산 개최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당규를 변경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8일에는 통합을 반대하는 당원 179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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