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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넘쳐나는 연예계[블로그와]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문화평론가 | 승인 2010.06.09 10:45

이번 <스타골든벨>에 출연한 홍수아가 기록적인 ‘무식’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홍수아는 ‘눈높이를 맞춰요’ 코너에서 크리스티나가 ‘캐나다 밑에 무슨 나라 있어요?’라고 물으며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힌트를 주자 태국이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황당해하자 재차 방글라데시라고 했다. 지석진은 홍수아의 재발견이라고 했고, 매체는 홍수아가 백치 캐릭터 대열에 합류했다고 기사화했다. 네티즌은 해도 너무한 무식이라고 핀잔을 줬다.

- 손발이 오그라드는 무식 -

이번에 나타난 홍수아의 무식이 손발이 오그라들도록 민망한 것은, 일부러 무식한 척하는 것이 너무나 티가 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인에게 평범한 외국이 아니다. 수많은 한국인에게 미국은 아주 특별한 이상향이다. 대단히 밀접한 우방이기도 하다. 미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모르는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미국은 특별한 나라다. 미국의 팝스타나 헐리우드스타를 동경하며 그들의 스타일을 참고하고,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망하며, 실제로 미국에 자주 다녀오기도 하고, 많은 중견 연예인들이 자식을 미국에 보낸 상태이기도 하다.

즉 미국에 대해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홍수아는 캐나다 밑에 무슨 나라가 있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힌트까지 줬는데도 태국이라고 답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어지는 방글라데시라니. 황당해도 너무 황당하다. 무식한 척하는 것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무식이 아닌 가식만 느껴졌다. 매체는 이것을 백치 캐릭터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가식 캐릭터였던 것이다.

웃기기는커녕 어이없을 뿐만 아니라, 홍수아 본인에게도 해만 되는 가식적 무식이었다. 억지로 무식한 척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 억지 바보가 넘쳐난다 -

요즘 예능에선 대한민국 평균이하 바보 캐릭터가 유행이다. 일단 <무한도전>이 멤버전원 평균이하를 표방한다. 바보 형제 <1박2일>과 부실 아저씨 군단 <남자의 자격>이 그 뒤를 잇는다. 싼티 캐릭터도 유사한 성격이다.

바보 캐릭터, 혹은 부실 캐릭터는 시청자를 부담 없이 즐겁게 한다. 그들에게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군복무 전에 김종민은 어리버리 캐릭터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신정환은 부실 캐릭터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신정환이 구박받는 부실 캐릭터에서 벗어나 예능 천재 소리를 들으며 남을 구박하는 포지션으로 바뀌자 인기가 하락했다. 시청자가 잘난 사람보다 못났지만 정이 가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못난 것도 정도껏 못나야 한다. 억지로 못나고, 과도하게 못난 척하는 것이 티가 나면 역효과만 난다.

김종민은 <1박2일>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어리버리 컨셉을 선보여 역풍을 맞았다. 문제조차도 이해 못하는 어리숙함으로 게임 자체를 망쳐놓으면 웃길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나, 시청자의 짜증만 초래했다.

무식, 바보, 부실이어도 그 안에 진실성이 담보되어 있을 때만 시청자의 호의를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진실성의 선을 넘어가면 바로 시청자의 질타가 쏟아진다. 가식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1박2일>에서 퀴즈를 낼 때 멤버들이 너무나 쉬운 문제를 어이없이 틀리면 바로 조작논란이 터지며 비난여론이 생긴다. <1박2일>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한 것은 비록 그런 위기를 겪었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진실성이라는 신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은 줄넘기 못하는 것 하나가지고 웃겼다. 다른 연예인이 줄넘기도 못하고 버벅 댔다면 하나도 안 웃겼을 것이다. 김태원이니까 웃겼는데, 그 이유는 김태원이 실제로 줄넘기조차 못할 정도로 부실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김태원의 줄넘기가 쇼가 아닌 진짜라고 믿었고 웃음으로 화답했다.

<청춘불패>에서 한선화는 백지 캐릭터로 그 이름을 알렸다. 처음에 한선화의 무식은 재밌었다. 그녀를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한선화는 점점 백지 캐릭터의 파괴력을 알아가는 것 같았고, 그에 따라 더욱 백지스럽게 보이기 위해 과도한 설정을 하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무식이 잇따라 방송됐다. 그러자 한선화의 매력이 반감되기 시작했다. 진실성이 사라지자 캐릭터의 파괴력도 해당 연예인의 호감도도 함께 사라졌던 것이다.

요즘 바보 캐릭터가 넘쳐난다. 바보스러워 보이면 재미도 있고 인기도 따라올 거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진짜 어수룩한 건지, 영악하게 어수룩한 척을 하는 건지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 이번에 홍수아의 태국, 방글라데시는 무식한 척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티가 났다.

이러면 역효과만 난다. 억지로 무식한 척하는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고,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캐릭터를 설정하기 이전에 가장 중요한 근본, 진실성을 놓치면 안 된다. 홍수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진실성이 없는 바보 캐릭터의 홍수는 공해일 뿐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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