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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이소연이 사라지고 있다[블로그와]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0.06.09 09:40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차렸던 24회 첫 장면은 손에 피를 묻히고 중전의 자리에 오른 장옥정의 악몽이었다. 그 악몽은 장옥정의 성정이 더욱 거칠어지는 동기가 되고 있다. 장옥정은 오라버니 장희재가 벌여놓은 대비시해를 막을 수 없었기에 어쩌면 타의에 의해 악행의 길로 접어들었고, 동이에 마음을 주는 숙종으로 인해 질투가 더해짐으로써 멈출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자의적 악행의 주체가 되었다.

그리고 동이가 사라졌으나 확실하게 시신까지 확인하지 못해 마음 한편에 불안을 담고 있어 어쩌면 오를 곳까지 다 왔으면서도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한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처럼 정말로 동이만 죽었으면 드라마 속에서만이라도 장옥정은 모든 불안에서 풀려나 처음에 보았던 이지적인 본래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또 한 번의 의미 없는 가정을 하게 된다. 악몽은 불안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양심의 가책으로 인한 무의식의 표출일 수도 있다.

   
 
단순하게는 초반의 장옥정 설정이 결국 악역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필연의 전개겠지만 기존의 사극에서 보아왔던 새로운 해석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이소연의 캐릭터는 오상고절의 가을 국화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때문에 장옥정의 숙명적 과정까지는 바꿔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불안이나 질투에 쫓겨 점점 더 악해지는 모습이 아닌 다른 것을 기대했었다.

아직 절반정도밖에 오지 않은 동이가 앞으로 또 다른 장옥정의 내면을 그려낼 수도 있겠지만 장옥정에 대한 전형적 답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숙종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파격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물론 시청률과는 상관없을 수는 있지만 그런 통속적 가치 외에 소위 사극명가의 작품이라는 점을 중시한다면 추구해야 할 요소가 아닐까 싶다.

아직도 많은 시청자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선덕여왕도 그렇거니와 대장금의 신화를 기억하기 때문에 동이에 몰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암묵적인 바람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확실한 스타 탄생이다. 물론 대장금처럼 이영애일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탄생도 이미 경험했다. 초반 흔히 알던 장옥정과 다른 면을 보였던 이소연에게 환호하는 시청자들은 또 그렇게 어떤 위대한 탄생을 기대하였다.

   
 
요즘은 악역이라고 무조건 외면하는 시대가 아니다. 개연성과 설득력만 가진다면 악역이라도 얼마든지 환호할 수 있는 수용의 폭이 넓어져 있다. 물론 허당 숙종을 진작부터 만들었고 드라마의 주인공이 동이인 만큼 한효주가 그렇게 발전해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순진행의 결과이다.

동이 한효주가 귀엽고, 이쁜 모습 말고 드라마 전반을 휘어잡을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초반 이소연의 연기가 워낙 신선하고 압도적인 면도 있었지만 아직 어린 동이를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향후 성장2기에 접어들면서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매번 엔딩 때마다 꽃동이, 토끼눈동이로만 한효주를 가둬놓을 이병훈 감독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런 한효주의 2차 성장기를 보조하고 또한 배경이 되어줄 두 명의 인물이 숙종과 장옥정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러다가 영영 동이의 부상보다는 숙종과 옥정의 투톱 페이스로 굳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배우의 역량이고, 시청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누구라도 확실하게 뜬다면 굳이 동이 한효주가 빛을 다소 잃더라도 드라마의 완성에는 분명 근접하는 요인이 되어줄 것이다.

   
 
감독과 작가가 생각하는 장옥정의 캐릭터와 결말이 있을 것이다. 그 결말에 이르는 사건들이야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한번 나빠지기 시작한 이후로 기존 해석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장희빈의 모습을 답습해가면서 이소연이 사라지고 있다. 동이 초반 이소연의 차분하면서도 결연하고, 살얼음 위를 걷는 긴장과 곤경 속에서도 진심의 위력을 보였던 이소연의 존재가 평범해지고 있다.

물론 완전 창작에 가까웠던 미실과 달리 너무도 전형적인 인물 장옥정의 완벽한 재해석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것이 결국 역량이 아니겠는가? 새로운 장옥정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키워놓았던 것은 작가와 감독이었다. 책임져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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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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