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지청 소속의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범죄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발 이후 법무부와 검찰은 곧바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후배 여검사에 대한 성희롱으로 견책을 받은 검사가 곧바로 성범죄를 전담하는 자리로 배치되는 검찰의 시스템이라면 믿기 어렵다. 철저한 조사보다는 그럴듯한 변명을 들을 것이 뻔하다는 반응이다.

먼저 30일 JTBC <뉴스룸>이 취재한 검찰의 성추문에 대한 징계 현황부터가 검찰의 철저한 조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JTBC 팩트체크에 따르면, 감찰통계를 시작한 2000년부터 10년 동안 성추문 징계는 1건도 없었다. 그리고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간 7명이었다. 물론 믿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서지현 검사 외에도 검찰 내부에서 번지는 ‘ME TOO’ 현상은 그 불신의 이유를 분명히 말해준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서지현 검사의 방송 출연 이후 쏟아진 고발과 증언은 검찰의 감찰통계가 무의미하며 나아가 검찰이 생각하는 감찰의 의미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할 뿐이었다. 단순한 심정의 문제가 아니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소설형식의 글에는 본인과 다른 검사의 경험으로 보이는, 더 많고 참담한 성폭력 사례들이 나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0일 각종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도배한 여성 검사에 대한 성희롱 언사들은 보기에도 민망하고 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항의하거나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 서지현 검사처럼 인사상 불이익은 물론이고 온갖 언어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것은 검사들의 성폭력에 대한 낮은 인식을 말해준다. 당연히 검찰의 자체 조사에 대해서 신뢰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검찰 조직 전부를 싸잡아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서지현 검사가 겪은 피해들은 검찰이 스스로 자정할 의지와 능력의 부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서지현 검사에 국한된 조사는 진정한 의미에서 문제해결 방법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검찰 전체가 이런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자체 조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지현 검사의 항의를 은폐하려고 했고, 심지어 당사자가 인사보복의 의심도 받고 있다.

[팩트체크] 내부 성추문엔 관대한 검찰? '징계건수' 보니(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의 경우 범죄가 발생하면 검찰이라는 외력에 의한 수사와 조사를 강제하게 된다. 검찰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수처에 대한 필요와 요구가 높아지는 것은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30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야당들의 태도는 미덥잖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경우 우리 사회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이번 사안에도 침묵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 사건에 최교일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침묵은 오래가서는 안 될 것이다. 여성 문제를 외면하고도 지방선거를 준비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유권자의 절반을 버리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서지현 검사의 고발은 검찰을 넘어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말해준다. 그동안 침묵하던 많은 여성들이 미투(me too)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고, 더 확산될 기미를 보인다. 서지현 검사가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준 덕분에 정치가 해내지 못한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치가 최소한 이에 역행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야당이라도 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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