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30일 하루 종일 화제가 됐던 기사가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파 속에서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구조한 주민이 있었다. 주민은 여대생이었는데 새벽에 아파트 복도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나가서 보니 탯줄도 안 뗀 아기가 알몸으로 담요 한 장 없이 바닥에 그대로 유기가 돼 있었다. 아기를 집으로 데려와서 50분 동안 안고 있으면서 체온을 올렸다.

신생아 기사를 다룬 언론사(미디어스)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언론들도 수십 건의 기사를 출고했다. 하지만 신생아를 발견해 구조했던 대학생이 아이의 친모였다. 자작극이라는 얘기다. 홍석봉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1팀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모님한테 혼나고 이런 게 두려워 양육을 포기하려고 자작극을 벌였다”고 밝혔다. 현재 산모는 아이를 양육하겠다는 입장이다.

산모는 남자친구와 연락이 되지도 않는 상태였고 가족에게도 임신 사실을 속인 상황이었다. 애초 아이를 유기한 사실도 없었다. 홍석봉 팀장은 “산모가 영아를 발견했다고 하니까 언니가 형부한테 경찰에 신고를 해야 된다고 했다. 동생한테 속은 것”이라고 전했다.

신생아 유기 사건을 방송 리포트로 다룬 언론사들(미디어스)

문제는 언론 보도였다. 확인 과정 없이 경찰 조사 결과만으로 기사가 퍼져갔다. 불가피하게 속보를 보내야하는 뉴스통신사를 제외하고도 SBS, MBC, YTN, 중앙일보, 문화일보, 채널A 등 수많은 언론사에서 해당 소식을 전했다.

기사는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았다. 문화일보는 지면 뉴스로도 나가고 YTN, MBN, 연합뉴스TV는 방송 리포트까지 내보냈다. 팩트 체크가 완벽해야 할 지면과 방송 리포트에서 경찰 조사만 믿고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세명대 정연우 교수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적 재난, 시급한 사건의 경우 경찰의 조사를 믿고 기사를 쓰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사건을 기사화할 때 한번 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적인 언론의 윤리”라고 전했다.

31일 오전 10시 현재, 각 언론사들은 신고자의 자작극이란 기사는 내고 있다. 하지만 오보에 대한 정정 기사를 내는 언론사는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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