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이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달콤했던 솜사탕이 조금씩 질퍽거리기 시작했고, 그들을 보며 두근거리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죠. 모두가 그들의 탓만은 아니겠지만 상당부분 의도된 실수, 혹은 노림수에 의한 실망과 지겨움 때문이고, 어쩌면 너무 떠버린 가짜 사랑이 도달하게 될 어쩔 수 없는 결말일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결혼했어요의 에이스인 조권-가인의 아담커플은 이제 그 유통기한이 서서히 다했다는 기분입니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이제 실제 사귀는 것 외에는 아무런 해답을 찾기가 어려워졌어요.

말한 것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어디까지나 합의와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 부부라는 틀 안에서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정확히 짜여지고 미리 구상된 것들의 연속이기 마련이죠. 그 안에서의 자유도와 의외성은 또 다시 편집이라는 체에 한 번 더 걸러지기 마련이니 달달한 20대 초반 아이돌 커플의 부부 생활이란 결국 종일 카메라 앞에서 실행되는 조율된 연기가 만든 환상입니다. 아무리 잘 어울려 보인다 해도, 궁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사랑스러움을 보여준다 해도 그것은 모두 환상, 사랑을 주제로 만들어진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죠.

그렇기에 언젠가는 현실과 가상 속에서 갈등하게 되고 그 안에서의 생활이 서서히 각자의 마음속에 스며들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결의 가장 짜릿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어둡고 무서운 점이 바로 그것이죠. 출연료와 인지도 확산을 위해 만난 관계가 정말 실제의 연결점이 되어 버리는 아슬아슬함. 그것도 절대적인 금욕 생활과 가혹하리만치 통제가 난무하는 아이돌들의 사랑 이야기라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사자들이야 혼란스럽겠지만 본래 장기는 직접 두는 사람보다 훈수하고 구경하는 재미가 더 크니까요.

헌데 아담부부의 경우 그 절묘하게 만들어진 달콤함과 어울림이 스스로의 독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들 각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서로의 활동을 제약하는 끈이 되어 버렸고 현재 활동하는 모든 아이돌 중에서도 제일 강력한 연관 검색어로 두 사람의 인연이 확정되어 버렸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환상이라고 항변하는 것은 소용이 없게 되었어요. 모두가 실제와 가상 사이에서의 혼동을 이야기하며 곤란함과 그 나름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그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아슬아슬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며 거품만을 잔뜩 만들고 있을 뿐이죠.

천안함 사태와 MBC의 파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용은 정체된 체로 아담 부부의 낚시질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우결의 방송분은 다음 주의 특별한 그 무언가, 지금의 상황을 무언가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보여주는가 싶다가도 이내 별것 아닌 모습으로 시간 늘리기만 하고 있죠. 김용준-황점음 커플과 함께 출연했던 이번 주 놀러와에서도 그 마무리는 결국 우결이 끝나도 아담커플이 실제 커플이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추측, 혹은 낚시 미끼를 던지며 계속 이들의 행보를 주목하게끔 만들며 끝이 났어요. 지속적으로 뭔가 될지 몰라, 진짜 사귈지 몰라 하는 이야기만을 잔뜩 만들어 놓지만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못하는 무상한 기대만을 증폭시킬 뿐이죠.

익을 대로 다 익어 버렸지만 선뜻 그 열매는 따지 못하는 조심스러움. 그래서 그 열매가 풍기는 그럴듯한 냄새만으로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모습이 지금 우결의 아담 커플의 현재입니다. 일각에서 이들의 하차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들의 모습이 서서히 가상으로 담아내기에는 부담스러워 졌다는 현실 때문일 것이구요. 아무리 그것이 그럴듯한 현실 같고, 황정음이 아파트 이벤트 촬영을 위해 두 번씩 21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우결이 만드는 환상입니다. 그 고도의 낚시질에 속아 달콤한 모습만을 보게 된다면 우린 이 부풀어버린 솜사탕에 이빨만 썩어 버릴지 몰라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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