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천안함 북풍’을 무척 반겼습니다. 선거에 방해되는 모든 문제들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모든 장애를 열어젖힐 수 있는 ‘매스터키’로 여겼을 겁니다.

4대강 반대도, 세종시 수정 때문에 실망한 지방민심도, 언론장악과 검찰 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도, 정권의 앞을 가로막는 그 어떤 장애라 할지라도, ‘북풍’에 날려 풍비박산 나고 선거는 여당의 ‘기막힌 승리’로 끝날 거라고 자신만만하더군요.

여당 '기막힌 승리' 장담케 했던 두 카드, '북풍'과 '경제지표'

여권을 오만하게 만들어 놓고, 정세판단에 착각을 일으키도록 부추긴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호전된 경제지표’ 이지요. 몇 가지 수치 자랑,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겉멋 들려 깝치는 덜 떨어진 불량청년을 보는 듯하더군요.

데이터를 모으고, 수치를 생성하고, 수치를 주무르는 곳이 경제 부처이니 서민들이야 어찌 수치의 깊은 내막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그 ‘겉멋 들려서 깝치는’ 녀석에게 따끔한 얘기 한 마디만 하지요. 경제, 개선됐다고요?

그거 뭔데요?

현 정권 들어 이상한 현상이 생겼습니다. 좀 더 지켜보면서 그 연유를 꼭 알아 봐야 합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수치’와 서민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체감 수치’와는 완전히 따로 따로입니다. 계곡에 물이 불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반드시 하류의 수심도 높아져야 하는 게 정상이지요.

뭐에 막혔는지, 아니면 ‘불어났다’는 얘기가 거짓말인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 후 1년, 1년 반이 지나도 서민경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서민 주머니는 점점 비어갑니다.

아닐 거라고요? 당신들, 서민의 지갑과는 전혀 소통이 안 되고 있나 봅니다.

MB와 靑, 선거결과 '외면', 민심? 그거 휙 지나가는 '바람'일 뿐?

‘북풍’과 ‘경제지표’, 요것 두 가지만 가지고도 선거 자신 있다, 이렇게 착각한 겁니다. 민심을 읽지 못한 겁니다.

아니 읽으려하지도 않았지요. 두 가지 모두 민심을 견인할 수 있는 역량이 없는 카드입니다.

‘북풍’, 한 두 번 속았습니까? 국민이 원한 겁니까? 아니지요. ‘경제지표’? 그것 땜에 사는 형편 티끌만큼이나 나아졌습니까? 아닙니다!

이번 선거, 민심을 움직일 수 없는 카드패 쥐고 거드름 피우다가 망신당한 겁니다. 선거를 통해 민심은 단호히 정권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뚜렷한 걸 꼽으라면 바로 세종시 원안추진과 4대강 중단, 그리고 천안함과 북풍 책임자 처벌 등입니다.

하지만 MB가 직접 나서서 <6.2선거 결과에 흔들리지 말고 그대로 추진할 것>을 독려했더군요. 4대강은 진행 중인 사업이니 강행하고, 세종시도 수정하기로 했으니 수정안 밀어붙이고, 천안함 사태도 군의 대응이 괜찮았으니 그냥 넘어가고, 뭐 이런 식으로 끝내려나 봅니다. 민심의 요구와는 정반대입니다. 민심, 개코 됐습니다!

경제수치 좋고, MB지지율도 쓸만하니 모든 게 잘 될거다, 잘 넘어 갈 거다, 민심이야 까짓 부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 것, 좀 있으면 잠잠해질 거다, 우리 국민 먹고 살기 바쁘지 않은가, 몇 번 짖어대다가 금새 선거고 북풍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다 잊어버릴 거다, 그러니 총리 내보내고 내각 바꾸면 손해다, 우리 잘못 인정하는 셈이 되는 거 아니냐, 쪽 팔리게 그러지 말자, 좀 버텨보자, 버티는 게 더 낫다....

이게 MB와 그 측근들의 판단입니다. 선거 끝난 후 3~4일 동안 신문, 방송을 모니터한 결과이니 꼭은 아니더라도 대충 골자는 맞을 겁니다. MB와 청와대,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끝내 기회를 놓치는군요. 민심 앞에 진정 겸허하게 무릎 꿇고 국민과 소통의 장으로 나오길 기대했건만, 기어코 정반대 방향을 택하는군요.

내각 "잘했다" MB의 착각, 반복된 착각은 마약 보더 무서운 것

MB와 청와대, 선거결과에 따른 내각개편은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결국 다 잘 했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 뜻을 읽지 못했다', ‘성찰하겠다’, ‘잘못을 돌아보겠다’는 말은 그저 립서비스였군요.

거센 북풍에도 꺽이지 않은 민심입니다. 그 민심이 또 정권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번만은 그냥 당하고 말 민심이 아닐 겁니다. 멸시당하고 짓밟힌 민심은 증오로 변합니다. 거대한 분노로 변합니다.

MB와 청와대, 아시나요? 착각은 마약과 같습니다. 잠시 동안 환상과 기쁨도 주지만 끝은 파멸입니다.

MB 정권, 끝내 ‘착각’이라는 마약을 드셨군요.

- 블로거 오주르디님(http://blog.daum.net/espoir)의 동의를 얻어 전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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