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레진코믹스가 작가들에게 지각비를 걷고, 웹소설 서비스의 일방종료하는 등의 갑질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또한 특정 작가를 블랙리스트로 지목해 불이익을 준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레진코믹스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레진코믹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12월 7일부터 1월 6일까지 진행된 청원에 동의자만 8만1315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받았다.

▲지난 11일 오후 레진코믹스 논현동 사옥 앞에서 '레진 불공정행위 피해작가연대' 소속 작가와 독자 등 100여명이 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이처럼 작가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레진코믹스가 기자들 관리에는 공을 들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레진코믹스는 출입기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식사를 하고, 경조사를 챙기기도 했으며, 선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접대를 받은 일부 언론사의 기사에서는 레진코믹스 고발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미디어스는 레진코믹스가 기자들을 상대로 지출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입수했다. 확인 결과 레진코믹스는 기자들에게 접대비, 선물비 등의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기자들이 출입처의 홍보 담당자와 식사를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또한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액수와 횟수가 많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홍보 담당자와의 친분 때문에 기자들이 제대로 된 고발기사를 작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각 회사가 홍보팀을 꾸리고 기자들을 '관리'하는 이유다.

레진코믹스는 실제로 기자 관리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스가 레진코믹스 홍보 담당자의 법인카드 지출내역과 담당 매체의 기사 내역을 비교·분석한 결과 언론들이 레진코믹스 사태에 대해 눈을 감은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IT조선, 게임포커스, 뉴시스, 동아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미디어펜, 브레이크뉴스, 블로터, 이코노믹리뷰, 전자신문, 조선비즈, 한국경제, 한국경제 게임톡, 현재경제신문(가나다 순) 등의 경우 레진코믹스 홍보 담당자와 수차례 식사를 했다. 레진코믹스는 기자들에게 식사 접대 외에도 각종 선물을 제공하고, 특정 기자가 출판한 책자를 10권 구매하기도 했다.

이들은 레진코믹스 사태에 대한 고발기사를 단 한 건도 작성하지 않았다. 사태의 내용을 다룬 경우에도 사건이 불거질 당시에는 묵인하고 있다가 레진코믹스가 해명이나 해결방안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놓으면 그제서야 레진코믹스의 입장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특히 전자신문인터넷, 현대경제신문의 경우 편집국장이 직접 홍보 담당자를 만나기도 했다.

100건 이상의 보도자료를 작성하면서도 고발기사는 단 한 건도 작성하지 않은 매체도 있다. 전자신문·전자신문인터넷 173건, 게임포커스 149건, 매일경제 128건, 한국경제가 194건의 레진코믹스 관련 기사를 작성했는데, 이들은 이번 레진코믹스 사태에 대해 단 한 차례도 고발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

반면, 레진코믹스 사태 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매체들은 레진코믹스 홍보 담당자와 관련성을 맺지 않았던 매체들이다. 레진코믹스 블랙리스트 사태를 단독보도했던 일요시사나 지속적으로 레진코믹스 사태를 보도해온 위키트리, SBS 등은 레진코믹스 홍보 담당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서 찾을 수 없었다.

레진코믹스의 한 작가는 "작가들에게는 지각비 등의 부당한 금액을 징수해가고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려던 레진코믹스가 기자들과는 잦은 식사를 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기자들이 관리되면서 작가들의 입장이 기사로 나가지 않고 보도자료만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는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기자들은 레진코믹스가 극진히 대접하는 화이트리스트였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면서 "기자들과 소통하는 것 반만 했어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작가는 "작가들은 홀대하고 소통도 하지 않으면서 기자들만 챙겨왔다는 사실을 보니 레진코믹스에 배신감이 든다"면서 "작가도 챙길 수 있는데 일부러 챙기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통상적인 홍보활동이었다"면서 "실제로 금액을 많이 사용한 것도 아니고, 정말 통상적인 미팅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는 기자들을 만나지 않았다"면서 "최근 벌어진 상황에 대해 기자에게 취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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