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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인터뷰 대한민국’- IMF 20년, 98년생 청춘에게 대한민국의 현재는?[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1.28 16:15

해방 후 우리 현대사를 규정한 건 '전쟁'이었다. 같은 민족이 서로 적이 되어 죽이고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은 우리 현대사의 생존 방식에 진한 자국을 남겼다. 그렇다면, 2018년 현재는 어떨까? 전 국민이 금을 모아 2001년 예정보다 3년을 앞당겨 조기졸업했다는 IMF. 그 '경제적 사건'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을 삶의 전쟁터로 몰아넣고 있다. 2018년 새해를 맞이하여 EBS가 특집으로 마련한 <인터뷰 대한민국>, 그 포문을 연 건 바로 ‘1998년 IMF 生’이다(1월 20일 방영).

EBS 특집 프로그램 <인터뷰 대한민국 - 1998년 IMF 生>

시험을 망쳤어 오 집에 가기 싫었어 

열받아서 오락실에 들어갔어
어머 이게 누구야 저 대머리 아저씨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아빠
(중략)
가끔 아빠도 회사에 가기 싫겠지 
엄마 잔소리, 바가지, 돈타령 숨이 막혀
가슴이 아파 무거운 아빠의 얼굴 
혹시 내 시험성적 아신건 아닐까
오늘의 뉴스 대낮부터 오락실엔 이시대의 아빠들이 많다는데
혀끝을 쯧쯧 내차시는 엄마와
내 눈치를 살피는 우리아빠 
(하략)
                   - 최준영 작사·곡, 한스밴드, 오락실 중

이제 우리 사회에선 너무도 익숙한 단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그 두 단어가 우리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IMF 이후이다. 97년 1월부터 대기업 부도 사태로 시작된 외환위기, 97년 11월 IMF에 지원을 요청한 우리 정부는 IMF의 정책에 따라 부실기업 퇴출 및 은행 구조조정 전면화를 시작하였다. 덕분에 국제통화기금 차입금을 전액 상환하고 예정보다 빨리 IMF 체제를 졸업했다지만, 그 과정에서 1997년에서 98년까지 문 닫은 기업만 4만개에 1999년 8월 기준 실업자 136만 4000명이 양산됐다. 그렇게 6.25의 상흔을 고스란히 겪어낸 선인들 못지않은 생존의 고통을 21세기의 대한민국은 겪었다. 아니 겪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IMF가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일방적인 룰을 적용하고, 초긴축 정책을 취해 국민들이 필요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았다.  - 2010, 7, 스트로스 칸 당시 IMF 총재 

I'm Fired 나는 해고되었다

EBS 특집 프로그램 <인터뷰 대한민국 - 1998년 IMF 生>

대전에 사는 63세 정진철 씨, 그가 페인트 일을 한 지도 어언 11년이 되었다. IMF 당시만 해도 충청도에서 가장 잘나갔던 은행 충청은행의 지점장이었던 그는 1998년 6월 1차 은행 퇴출 결과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다. IMF 기간 중 유독 퇴출과 합병 등으로 '정리해고'가 심했던 은행 구조조정의 희생 당사자였다. 무너진 평생직장의 꿈. 누군가는 이혼하고 누군가는 자살하고, 20년이 지난 그 시절을 사람들은 애써 덮으려 한다. 살아남은 정진철 씨에게 닥친 IMF는 그 개인의 일이 아니었다. 장남 하나만 잘되면 한 집안이 일어난다던 시절, 쫓겨난 장남에 충격 받은 어머님은 결국 쓰러지셨다. 사업도 해보고 놀기도 하다, 겨우 지인의 소개로 페인트점에서 일한 지 십여 년, 여전히 그의 품안엔 예전 신분증이 남아 있다. 

98년, IMF 생들의 현재는?

EBS 특집 프로그램 <인터뷰 대한민국 - 1998년 IMF 生>

그렇게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겪으며 거리로 몰린 아버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자란 98년생들. 2002년 올림픽 때는 5살, 2009년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신종플루로 학교를 못가기도 했고, 2014년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세월호를 겪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이 청년들의 현실은, 바로 역사 저편의 단어로 아스라이 사라지고 있는 IMF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늘엔 별이 참 많이 있구요
난 그 별에서 제일 가깝게 살구요
햇살이 좋아 빨래도 잘 말라
그곳에서 난 꿈꾸네
                                               - 장미여관, 옥탑방 중

포항에서 상경해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채현진은 옥탑방에 산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방음 제로의 자취방. 야경이 예쁘고 다리가 튼튼해진다는 500에 35, 그곳에 살기 위해 방학에도 귀향을 하지 않고 무서운 밤길을 견디며 알바를 한다. 

'어디나 불편함은 있는 거잖아요. 서울에 방 한 칸 있다는 사실로도 만족해요,'

기숙사 신청은 어렵고, 기숙사 신축을 놓고 주민과 갈등하는 현실. 500, 1000, 3000, 보증금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질.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누군가는 학교 주변을 몇십 바퀴 돌아 500만 원짜리를 겨우 얻는가 하면, 누군가는 부모님 돈으로 쉽게 학교 앞의 안락한 공간을 얻는 극과 극의 삶의 조건. 

'대학 하나 다니려면 돈을 탈탈 털어서 바쳐야죠. 주거, 학비, 진로 다 얽혀서 어렵죠.‘

EBS 특집 프로그램 <인터뷰 대한민국 - 1998년 IMF 生>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정현진 씨는 이제 대학 1학년이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피디가 되고 싶어 신방과에 진학했고, 디자인에 재능이 있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문구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재주 많은 청년. 하지만, 꿈꾸고 도전하는 삶 대신 안정을 택했다. 그런 그녀의 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검찰청 실무관으로 있는 그녀의 어머니이다. 함께 직장을 다녔지만 IMF로 은행을 다니던 친구들이 명퇴를 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는 그녀에게 이른 선택을 권했다. 

실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사람들의 56.6%가 선택한 이유는 '안정된 일자리'이다. 실제 어머니 이은희 씨가 다니는 직장에 신입 직원으로 들어온 사람들 중에는 연고대 출신도 많다. 꿈꾸고 도전하는 삶 대신 선택한 안정이 행복하지 않으면이란 질문에 정현진 씨는 '끊임없이 생계를 걱정하는 것보단 행복하지 않을까요?'라며 반문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여기 또 다른 98년생이 있다. 아니 있었다. 한때 첫 월급을 받아 부모님 내복값이라며 10만원을 봉투에 넣어 내밀던 청춘이 있었다. 2017년 1월, 전주 아중 저수지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홍수연 양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특성화고 3학년, LG유플러스 콜센터 실습 중이었던 홍 양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BS 특집 프로그램 <인터뷰 대한민국 - 1998년 IMF 生>

취업률 100%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불법 위장취업을 강요하는 마이스터고. 하지만 같이 들어갔던 홍수연 양의 열몇 친구들 중 결국 남은 건 두세 명이다. 현장 실습에 나갔던 학생 들이 적응하지 못하면 돌아오는 건 혹독한 징계이다. 공장노동자로 일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팔이 부러지고 허리와 목을 다쳤던 아버지. IMF로 대량해고가 계속되던 시절, 결국 아버지는 이렇다 할 직장을 얻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걱정해서 취직해서 돈 벌다가 공부하고 싶으면 하겠다며 버티던 홍 양은 결국 견뎌내지 못했다. 

콜센터, 이른바 고객대응 노동자의 93%가 겪는 언어폭력, 서비스업에서 요구되는 더 중요한 능력은 미소와 친절보다 말도 안 되는 요구나 기분 나쁜 말에 '무뎌지기'이다. 무뎌지지 못한 홍 양은 자신을 던졌다. 소중했던 딸의 죽음은 부모의 삶마저 파괴했다. 눈물로 지새우던 어머니는 2011년 뇌출혈로 사망했고, 세상이 싫어진 아버지는 연고 하나 없는 섬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홍 양만이 아니다. 2017년 11월, 현장실습생이지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이민호 군은 제품 적재기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다큐는 보여준다. IMF체제를 졸업한 우리나라가 지난 20년간 얼마나 빛나는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는가를. 하지만, 또 다른 화면에서 보여진 건 그 성장의 잔혹한 그림자들이다. <인터뷰 대한민국> 1부 ‘1998년 IMF 생’을 통해 다큐는 말한다. 2018년의 대한민국,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98년생 청춘을 통해 바라본 현실은 IMF의 상흔을 그대로 드러낸, 그 트라우마를 젊은 세대에게 고스란히 짐 지운 또 다른 전쟁터였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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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tator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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