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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출전권도 못 챙기는 대한민국, 동계올림픽 개최국 체면은 어디에?[블로그와] 임재훈의 스포토픽
스포토픽 | 승인 2018.01.28 14:45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선수단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팀추월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노선영(콜핑팀)은 올림픽을 2주 남긴 시점에서 올림픽 출전 불가 통보와 함께 훈련하던 선수촌에서도 퇴촌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 자격을 명시한 관련 규정을 잘못 이해하는 행정상 착오로 벌어진 일이다. 

노선영은 개인종목 출전권을 따지 못한 대신 여자 1,500m에서 예비 2순위에 들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ISU 규정상 올림픽 팀 추월에 출전하는 선수는 개인종목 출전권을 획득해야 하는데, 빙상연맹이 이를 놓친 것.

빙상연맹이 이와 같은 규정을 미리 파악했다면 노선영은 ISU 1~4차 월드컵에서 개인종목 성적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었지만, 빙상연맹의 안일한 일처리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게 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52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 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 당시 노선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빙상연맹은 “ISU가 발표한 평창올림픽 엔트리 자격 기준과 관련 규정이 모호해 지난해 10월 문의한 결과, ISU 담당자가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올해 1월 10일 메일로 개인종목 엔트리 확보 선수만 가능하다고 안내했다”며 ISU 탓을 했지만 그야말로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천만 다행으로 노선영 사태 이후 러시아 출신 선수 2명이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을 잃으면서 노선영에게 극적으로 평창행 티켓이 주어졌지만 마음의 상처를 깊이 입은 노선영은 올림픽 출전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빙상연맹의 김상항 회장은 26일 발표한 공식 사과문을 통해 “노선영에게 관련 규정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해 선수가 올림픽 출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점,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와 같이 연맹 회장이 사과까지 했지만 현재 빙상 국가대표팀은 ‘풍비박산’ 상황이라는 것이 팀추월, 매스스타트 금메달 후보 이승훈의 전언이다. 

스키 대표팀에도 참으로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초 알파인 스키 대표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던 9명의 선수들 가운데 5명이 돌연 무더기로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 심지어 단복을 입고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했던 선수까지 명단에서 제외돼 해당 선수가 강력 반발하고 그의 소속팀 역시 팀 해체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스키협회가 국제스키연맹(FIS)의 바뀐 평창올림픽 출전 쿼터 규정에 대해 잘못 이해했고, 이 사실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제때 알리지 못한 데다 우리나라에 배정된 쿼터 4장을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명문화된 선발 기준 없이 선수를 확정함으로써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

18일 오후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제99회 동계 체육대회 및 제48회 회장배 전국스키대회에서 경성현(홍천군청)이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FIS가 우리나라에 배정한 알파인 스키 종목 출전 쿼터는 국가별 쿼터 2장(남 1, 여 1)과 개최국 쿼터 2장(남 1, 여 1)이다. 

스키협회는 평창대회 준비를 하면서 알파인 스키팀을 총 9명으로 구성했지만 결과적으로 선수 개인의 성적으로 FIS 기준(FIS 전체 월드컵 랭킹 320명 이내 또는 종목별 월드컵 랭킹 30위 이내)을 충족시켜 쿼터를 따온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스키협회는 4년 전 소치올림픽 때와 다소 변경된 이와 같은 쿼터 배정 현황과 우리에게 주어진 쿼터가 4장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도 모자라 해당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제때 알리지도 않았다. 

또 우리나라에 배정된 쿼터를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명문화 된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의거한 선발이 아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4명의 대표 선수를 선발했다. 

그 결과 지난 24일 국가대표 결단식까지 참석한 경성현에게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경성현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강제 백수 감사합니다”라고 스키협회를 힐난한 데 이어 27일에는 장문의 글을 통해 울분을 토했다. 

경성현이 올린 글에 따르면 경성현을 제치고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선수는 경성현 보다 세계랭킹에서 300계단 이상 차이가 나고 메이저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한 경험이 없는 선수다. 

경성현 선수의 소셜 미디어 화면 캡처.

경성현은 “물론 그 선수가 잘못한 점은 1도 없다... 높으신 분들 결정에 따라 뽑힌 선수니까... 그 선수를 탓하는 게 아니다. 이런 행정이 잘못 됐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라고 일갈했다. 

경성현의 소속팀인 홍성군청은 현재 스키팀 해체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세 차례의 시도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한국이 세계 동계스포츠의 중심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비싼 대가를 치른 끝에 얻어낸 것이다.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인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홈 어드밴티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국내 경기단체들은 국제기구의 관련 규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저렴한 정보력과 행정력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빙상연맹이나 스키협회 모두 동계올림픽 주최국의 스포츠 단체로서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나 각오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물론 이런 문제는 빙상연맹이나 스키협회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종목 경기단체들도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 사정은 빙상연맹이나 스키협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새삼 묻고 싶다. 왜 이런 상황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동계 올림픽 끝나고 책임지겠다고 하겠지만 그런 말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을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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