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취재진의 “다스는 누구 거냐”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본인 아버지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을 했다. 딱 잘라서 말하지 못하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에 의심의 여지를 남겼다.

게다가 답변하는 이동형 부사장은 웃기도 했다. 검찰조사를 받으러 나온 사람으로서는 의아한 반응이었다. 말로는 아니라면서 얼굴로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과하지 않을 듯싶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이동형 부사장이 검찰조사를 받던 날 MBC를 통해 보도된 녹취파일에는 다스 주인을 직접 가리킨다고 해도 충분한 내용들이 담겼기 때문이다.

[단독] 다스 부사장 "다스는 MB 것" 통화내용 입수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그런데 JTBC가 아니라 MBC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다스 주인 찾기에 JTBC 뉴스룸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 반, 호기심 반의 심정이었다. 실제로 다른 매체들과 달리 JTBC는 다른 누구보다 다스를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시청자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고, 최순실의 태블릿PC처럼 JTBC가 다스의 스모킹건을 찾아낼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태블릿PC와 같은 스모킹건이 아니더라도 JTBC는 분명 다스 보도 부문의 일등 주자였다. 그런데 24일을 기점으로 JTBC의 일등 자리가 흔들렸다. 정상화 이후 특히 보도 부문에서 열의를 보였던 MBC의 추월이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24일 다스 이상은 회장의 아들 이동형 다스 부사장의 전화 녹취를 입수해 보도해 주목을 받았다.

MBC가 보도한 이동형 부사장과 다스 전 직원과의 통화내용은 다스의 주인집 대문 앞까지 인도한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결정적 진술이 담겨 있었다. 이동형 부사장이 MB의 아들 이시형 전무를 지칭하며 “MB 믿고 다스를 자기 것이라고 회사를 맘대로 하고 있잖아”라는 대목이 그렇다.

[단독] 다스 부사장 "다스는 MB 것" 통화내용 입수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MBC에 불의의 일격을 맞은 JTBC는 하루 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황상 JTBC 역시 녹취파일을 입수한 것으로 보였다. JTBC가 입수했다는 녹취 파일은 800여 개에 달한다고 했지만 정리가 되기 전이었다. 손석희 앵커는 다른 사안을 전하면서도 이 녹취파일의 존재를 미리 언급하며 정리할 시간을 버는 눈치였다.

JTBC가 입수한 888개의 파일에도 전날 MBC 보도 이상의 내용은 없었든지 아니면 미처 찾아낼 시간이 부족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MBC의 보도를 뛰어넘는 내용을 전하지는 못했다. 분명 JTBC로서는 한 방 맞은 셈이 된 것이다.

이처럼 전과 달리 두 방송사의 보도 경쟁에 시청자로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뉴스는 선택에 고민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요즘엔 두 방송사의 뉴스를 동시에 시청하고 있다는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눈과 귀가 바빠진 만큼 만족도 큰 것은 물론이다. MBC 정상화 이후 달라진 방송환경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성급하게 MBC 보도의 저력이 살아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고대영 사장 해고 이후 KBS도 장기 파업을 풀고 정상화 단계를 밟게 된다면 조만간 더 치열한 보도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보도 신세계를 맞을 거란 기대도 커졌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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