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200회 진짜 특집 박명수 몰카 속 비밀

무한도전 200회 특집 2부를 보면서 사실 실망을 금치 못했다. 최악의 특집 세 가지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인도여자좀비 편을 내보냈으나 사실 만회점수를 주기에는 그저 그랬다. 역시 낙장불입은 만고의 진리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어서 그저 그렇게 다음 편으로 넘어가나 싶었다. 성미 급해서 그때 채널을 돌렸다면 큰 손해를 볼 뻔 했다.

무한도전 200회 특집은 따로 숨겨 놓았다. 발칙하고 깜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2년 전에 실패한 박명수 몰래카메라. 김태호 피디가 집요하다고는 생각해왔지만 200회 특집은 반전에 또 반전을 숨겨 놓았으며 거기다가 그들의 사랑까지도 담은 걸작 몰카였다. 200회 특집 속의 또 다른 특집 박명수 몰카는 사실 몰래 카메라가 아니었다. 몰카의 형식 속에 숨긴 박명수에 대한 무한도전 전체의 지원사격이었다.

몰래카메라 사상 최장 준비기간이 소요된 무한도전 식의 몰래카메라가 예정대로 4월에 생방으로 진행됐다면 박명수의 파이야는 대단히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박명수의 우스갯소리처럼 비와의 측면승부까지 가능했을까는 알 수 없지만 아주 어려웠던 4월을 뚫고 나오는데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6월에 방영될 수밖에 없어서 음반활동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그저 몰래카메라로만 남게 되었다는 점이 박명수에게는 아쉬움을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한도전 멤버들과 제작진 그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최고령자 박명수에게 보인 애정은 비록 남의 일이라도 흐뭇했다. 5년간 지내온 정리에 그 정도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포복절도할 웃음 속에 숨긴 예능 고수다운 절정의 표현방식 때문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을 갖게 했다. 하도 웃어서 하마터면 무도의 숨겨진 한수를 놓칠 뻔도 했지만 몰카라는 무리수 속에 감춰야 했던 애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한편 정말 방송하는 사람들의 대단한 점도 발견하게 되는데, 생방송처럼 NG없이 가는 상황에 완전히 몰입한 박명수는 마지막에 물이 쏟아지고도 평소답지 않게 일단 NG를 만들지 않고 일단 끝까지 노래를 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악마 박명수답지 않게 순진한 구석도 보여 원래 생방 일정이 무산된 것이 안쓰러운 생각을 들게 했다.

이렇게 박명수를 속이기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은 100일 작전을 시행했다. 생방송 상황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하하는 다큐 3일이라는 코너를 진짜로 제작했으며, 일전에 번지점프 특집 때 문제가 됐던 개그맨 김경진이 명동에서 시민들 반응을 듣는 이원방송도 준비했다가 시간 때문에 취소하게 되는 것처럼 꾸몄다. 당연히 박명수가 후배에게 크게 미안했었던 번지 특집이었기에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 것 같다. 몰카 하나를 해도 참 다르다.

그렇지만 잘 속지 않는 의심 많은 박명수가 완벽하게 낚이게 된 결정적 이유는 자기 노래 파이야 때문이다. 200회 특집의 엔딩으로 쓰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뮤직비디오 제작과정을 담자는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결과적으로 자기 노래를 홍보하는 일이 되는 까닭에 평소와 달리 상황 판단력이 조금은 떨어졌을 것이다. 결국 무한도전은 몰카로 박명수를 속였고, 감동으로 시청자도 낚았다. 박명수 몰카는 사실은 형제애였다.

1,2부가 다른 특집 내용, 의도된 낚시냐 아니면 편집수정인가?

그리고 무한도전 200회 특집 2부에는 또 다른 제작진의 발칙한 도발이 숨어있었다. 지난주 기부 코너를 통해 왜 유재석은 안하느냐는 논란이 있었으나 제작진이나 유재석 측 누구도 거기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2부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고, 그것은 무한도전의 명백한 낚시였다.

유재석만 기부를 안 한 것이 아니라 ‘기부가 좋다’ 코너에서 약간의 분량을 빼놓았던 것이다. 1부를 보고 옳다구나 논란을 점화했던 사람들은 무한도전에 낚였던 것이다. 유재석은 최종 합산된 금액을 똑같이 기부하겠다는 내용을 이미 녹화해놓고는 슬쩍 그것을 빼놓았다. 사실 어느 정도는 짐작 가능한 반전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도 실제로는 편집했다가 논란이 일자 2부에서 슬그머니 끼어 넣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2부를 본다면 차마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다소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유도한 편집이며 노이즈 마케팅의 의심을 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 중에는 넋 놓고 웃다가 한참 지난 후에는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중구조가 무한도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후자는 시청자 선택사항이지만 그런 풍부한 은유로 인해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은 개념예능의 선두에 설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속였다, 낚았다의 단순 결론에 앞서 분명 15초의 반전이라고 벌써 이름 붙은 유재석의 기부관련 코멘트의 트릭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200회라는 뜻 깊은 상황에서도 여유를 만끽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분명 또 다른 논란이 만들어지겠지만 어쨌든 곳곳에 비밀과 반전을 심어놓는 무한도전은 차암~ 대단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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