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이 대북 공작금을 유용해 야당 정치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폭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구체적인 정황을 밝혔다. 민 의원은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내사팀, 미행감시팀, 사이버팀을 운영해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고 한명숙, 박원순 같은 인물을 뒷조사했다”고 말했다.

23일 민병두 의원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대북공작금을 유용해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을 전개했다는 제보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팀의 이름은 ‘포청천’이다. '포청전'의 미행감시팀은 해당 인물이 누굴 만나는지 파악해서 내사팀으로 정보를 넘겼다. 내사팀은 종합을 해 성향 분석이나 금융 자산 추가 조사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미행감시팀에겐 ‘천장을 뚫어서라도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라’는 명령도 내려졌다. 내사팀에는 DJ 비자금 조사를 위해 박지원 의원을 특별히 조사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사이버팀을 운영해 해킹을 시도한 정황도 나왔다고 전했다. 한명숙, 박지원, 박원순, 최문순 같은 정치인 이름을 적시해 이메일 주소를 줘 ‘뚫어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이메일 안에 해킹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고, 핸드폰과 연계되어 통화내역을 알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팀 운영비는 대북 공작국의 가장체운영금으로 충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을 수출회사처럼 위장하는데, 그 운영을 위해 배정된 예산이다. 거기에 할당된 자금 중 불용된 금액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다. 민 의원은 “남은 돈을 ‘유력정치인 해외비자금 은닉 실태조사’라는 세목으로 규정 했다. 용도 세탁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연합뉴스)

민 의원은 팀을 지휘하는 단장 위에는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이 있다고 지목했다. ‘국정원 정치공작’으로 구속된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담장은 “원세훈 전 원장의 불법적인 지시를 주로 수행했던 사람이 최종흡 3차장”이라고 증언하기도 했었다. '포청천'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포청천팀의 존재를 알 수 있을 가능성도 나왔다. 민 의원은 “국정원에는 차장이 새로 설립한 계획이나 공작에 대해서는 대통령한테 직접 보고를 한다”며 “포청천 팀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고, 당연히 대통령한테도 이것이 보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심각한 사안이다. MB-원세훈 국정원장-최종흡 3차장 라인이 공모해 대북공작금까지 유용해 야당 정치인을 불법사찰했다"며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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