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상대팀 전력이 좋은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이를 막아야 하는 우리 수비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악착같은 태클과 몸싸움, 그리고 효과적인 협력 수비를 앞세워 우리 수비진은 세계 최강을 상대로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희망을 밝혔습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우승 후보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41분, 헤수스 나바스에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석패했습니다. 경기에서 지기는 했지만 한국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선전을 펼쳐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대표팀의 대표적인 약점이었던 수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지난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 일본전에 이어 또 한 번 '무결점 수비'의 가능성을 선보였습니다.

▲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에 포함된 수비수 이영표. ⓒ연합뉴스
수비적인 측면에서 크게 나무랄 선수는 없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이영표(알 힐랄)의 존재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지난 벨라루스전에 결장해 이번 경기를 위한 컨디션 조절을 했던 이영표는 풀타임을 뛰며 수비진 전체를 리드하면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역시 이영표'라는 찬사가 나오게 했습니다. 이미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뛰어난 수비 리드 능력으로 세계 최고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를 무력화시킨 전력을 갖고 있는 이영표는 이날 경기에서도 개인기 자체가 좋은 선수들을 조직력으로 맞서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과시했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든든함과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지능이 더해지면서 이영표의 활약은 스페인전에서 크게 빛을 발했습니다.

이영표가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다른 수비진의 투지, 경기력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한동안 불안한 수비수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조용형은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 이후 완전히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월드컵 본선에서 수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조용형은 침투해 들어오는 선수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여유 있게 볼을 따내는가 하면 파트너 이정수와 커버플레이에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선수를 놓친 부분이 있기는 했어도 전체적으로 조용형의 플레이는 월드컵에서 뭔가를 보이겠다는 자신감과 투지를 엿볼 수 있을 만큼 괜찮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허정무 감독이 가장 믿는 선수 중에 한 명인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의 수비 가담 능력 또한 좋았습니다. 이영표와 더불어 지난 벨라루스전에 결장한 김정우는 상대 공격을 1차 저지하는 홀딩맨 역할을 맡아 스페인의 물흐르듯 이어지는 패스를 원천 봉쇄하며 경기를 원활히 풀어가려는 스페인의 공격진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포백 수비진과의 간격이 끝까지 잘 유지됐고, 집중력 면에서도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공격 면에서도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2차례나 터트리는 등 김정우는 이날 대표팀의 MOM(맨 오브 매치)을 받을 만 한 충분한 자격을 갖춘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스페인과 이번 평가전을 가지면서 대표팀은 강한 공격진을 상대해서도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분히 가졌습니다. 순간적인 실수가 성패를 좌우하기에 지능적이고 빠르게 침투해 들어가는 선수를 순간적으로 놓치지 않는 부분을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스페인전에서 선보인 허정무호의 무결점 수비는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한동안 '자동문'이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많은 비난에 시달렸던 수비진이 어느 정도 칭찬받아도 될 만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허정무호의 막판 담금질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강팀과의 잇따른 대결에서 든든한 모습을 보이며, 도약 가능성을 보여준 수비진이 본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본선에서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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