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는 특검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이날(16일) 신당이 공개한 이(명박) 후보의 강연 동영상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오늘자(17일) 사설에서 주장한 내용 가운데 일부다. 중앙일보의 사설도 ‘예사롭지’ 않다. “발언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명백한 것이어서 많은 유권자가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후보가 몰릴 대로 몰리다 특검을 수용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한 조선과 중앙, ‘해법’은 ‘제각각’

대표적인 보수신문 두 곳이 이른바 ‘이명박 동영상’ 파문을 일단 심각한 상황으로 진단했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고” “유권자가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다고 진단한 이들 신문이 제시한 ‘다음 수순’이 참 묘하다. 우선 조선일보.

▲ 조선일보 12월17일자 사설.
“이 후보는 김경준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도 자신의 입으로 깨끗하게 시인한 적이 없다 … 이 후보는 이날도 강연 동영상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고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고 피해갔다. 대그룹 CEO 출신이 사기꾼에 당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걸 과시하고 다녔던 것이 부끄럽고 창피할 것이다. 그걸 덮으려고 끝까지 말을 이리 저리 돌리다 본질 문제가 이렇게 엉켜 버린 것이다. 전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책임이다. 김경준에 속았다는 것도 대통령 후보로서 결격 사유일 수 있다. 그 판정은 국민이 내릴 것이다.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함으로써 사건이 순리로 매듭지어질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 (조선일보 17일자 사설 <이명박 후보의 특검 수용과 대선 정국> 가운데 일부 인용)

얼핏 보면 이명박 후보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 같은데 조선의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 한 마디로 ‘BBK 의혹’ 관련해 김경준씨라는 사기꾼에 당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얘기인데, 이건 이 후보를 ‘BBK 피해자'로 사실상 확인시켜 주는 논리다. 물론 이 자체가 대통령 후보로서 가지는 정치적 책임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조선은 이렇게 말한다. “김경준에 속았다는 것도 대통령 후보로서 결격 사유일 수 있다. 그 판정은 국민이 내릴 것이다.”

결격 사유라는 말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겠다. 조선이 방점을 찍은 건 대선에서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의 ‘지지율’에 큰 변동 없으니 ‘인정할 건 인정하고’ 이 참에 털고 가란 ‘충고’와 같다. ‘특검법 전격 수용’과 조선의 ‘충고’. 참 묘하다.

‘한발짝 물러선’ 중앙 … 대선 안정적으로 치러야

중앙일보의 경우는 ‘뉘앙스’가 좀 다르다. 중앙은 사설 <BBK 사태, 결국 특검으로 가나>에서 “이제 BBK 사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같다”고 진단한 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모든 것은 상식과 순리와 법에 맡기면 된다. 이왕 특검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모든 세력은 냉정하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앙일보 12월17일자 사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다음 대목. 중앙은 “만약 당선되면 이 후보는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면서 “특검은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쳐야 한다. 대선 이후의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대선은 역사의 분수령이다. 누가 되든 새로운 정권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도록 모든 세력은 정치공세의 유혹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묘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이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부분도 그렇고 “이 후보가 몰릴 대로 몰리다 특검을 수용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부분도 그렇다. 조선이 이 후보에게 ‘자신감을 갖고 정면돌파’ 하라는 충고를 한 격이라면 중앙은 ‘BBK사태는 특검에 맡기고, 대선을 안정적으로 치르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당선되더라도 이 후보는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주문한다. 조선이 ‘이 후보의 어깨를 두드리는 격’이라면 중앙은 ‘한발짝 물러선’ 모양새다.

온 몸을 ‘풍덩’ 이명박 후보 쪽에 던져버린 동아일보

이른바 가장 ‘뻘 짓’을 한 곳은 동아일보다. 동아는 사설 <노의 BBK 재수사 지시, 이의 특검 수용>에서 “검찰은 ‘5만9990여 개의 파일을 뒤져 BBK가 ‘100% 김경준 1인 회사’라는 점을 밝혀냈다. 동영상도 이 후보가 다른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재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면서 “노 대통령은 그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검찰 대신 ‘동영상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검찰 안에서는 ‘봉변을 당한 느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12월17일자 사설.
그리고는 동아일보 이렇게 강조한다. “BBK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냐는 문제는 인터뷰와 강의 내용만 보고 판단할 일도 아니다. BBK를 설립한 돈이 어디서 나오고 누가 실질적으로 경영했느냐가 핵심이다.”

웃긴다. 전력을 다해 이명박 후보를 위해 ‘해명’을 하고 나선 꼴이. 이러고도 언론인가. 동아의 이 같은 ‘뻘 주장’에 대한 반박은 묘하게도(?) 같은 날 조선일보 사설에 나와 있다. 동아일보여, 조선일보의 사설을 한번 반박해 보라. 어떤 반박을 할지가 참 기대된다.

“검찰이 BBK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한 것은 사실이라 해도 ‘BBK를 내가 설립했다’고 한 이 후보의 과거 인터뷰 발언, 이 후보의 BBK 명함과 같은 것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검찰은 자금 흐름과 문서에 대한 진위 감정을 통해 ‘BBK가 이 후보 소유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지엽적 문제는 조사할 가치가 없다’고 했지만, 그때 이 문제도 조사했더라면 특검까지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태는 특검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이날 신당이 공개한 이 후보의 강연 동영상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내용의 이 후보 발언이 공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것을 육성으로 듣는 국민에겐 느낌이 새로울 수밖에 없다. 검찰은 ‘동영상 공개로 (BBK가 이 후보 소유가 아니라는) 검찰 수사결과는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발표했다. 검찰의 자신감이 사실인지는 특검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조선일보 17일자 사설 <이명박 후보의 특검 수용과 대선 정국> 가운데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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