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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 용산참사 그 후, 국가 폭력이 남긴 상흔에 대한 냉철한 기록[블로그와]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너돌양 | 승인 2018.01.23 10:28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마주하는 일은 심히 고통스럽다. 하지만 용산참사 가해자로 몰린 철거민들은 용산참사 당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그들 자신에게 씌워진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09년 1월 20일 용산의 철거직전 건물 위 망루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김일란, 이혁상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공동정범>(2016)은 용산참사 가해자로 지목되어 법적인 처벌까지 받고 풀러난 철거민들의 출소 이후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공동정범> 이전에 <두 개의 문>(2011)이 있었다. <두 개의 문>, <공동정범> 모두 용산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성적소수문화환경 연분홍치마가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와 연대하여 다큐멘터리 영화로 기획, 제작하였다. <두 개의 문>이 용산참사 당일 벌어진 사건과 미스터리한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면, <공동정범>은 용산참사에서 살아남았지만 가해자로 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룬다. 

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할 때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형법 제30조에 의거하여, 2인 이상의 책임능력이 있는 자가 서로 공동으로 죄가 될 사실을 실현하는 한, 그것에 참가공동한 정도의 여하를 불문하고 전원을 정범자로 처벌하는 규정을 뜻한다. 용산참사 당시 원인 모를 화재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연대투쟁에 나선 철거민들과 경찰관을 죽였다는 죄명으로 범죄자가 되었는데, 이들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물으며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것이 철거민들 간의 갈등을 촉발시켰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4년 후 용산참사 공동정범으로 몰린 생존자들이 출소를 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4년 전 함께 싸웠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한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철거민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의 골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용산참사 당시 공동정범으로 몰린 이들은 자신들을 범죄자로 만든 이명박 정권을 강하게 원망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강했다. 

영화 <공동정범> 스틸 이미지

용산참사 희생자인 고 이상림의 아들이자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인 이충연을 제외하고, 공동정범으로 몰린 김주환, 천주석, 지석준, 김창수는 용산과 연대 투쟁에 나선 타 지역 철거민이다. 이들은 투쟁을 주도한 용산 철거민 측에게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들은 바도 없고, 영문도 모른 채 공동정범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용산과 연대 투쟁에 나섰던 타 지역 철거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용산 철거민 측에서 자신들을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용산참사 당시 함께했던 타 지역 철거민들끼리 모이는 것을 싫어한다는 정황이다.

용산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철거민들은 서로에 대한 증오와 질타를 늘어놓는다. 철거민들의 비난의 화살은 대개 투쟁의 책임자였던 이충연에게 쏠려 있다. 영화는 묻는다. 국가권력에 의해서 억울하게 범죄자로 낙인찍힌 이들이 왜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공동정범>은 출소 이후 철거민들의 삶의 궤적과 당시 기억을 쫓아 여전히 의문으로 남은 2009년 1월 20일, 용산에서 있었던 그날의 사건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영화가 찾고자 하는 질문의 답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이들을 범죄자, 공동정범으로 몰았을까. 하지만 아직은 정황이나 심증만 있고 법적다툼으로 밝혀질 수 있는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용산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영화 <공동정범> 스틸 이미지

2016년 열린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첫 공개 이후 영화의 엔딩을 몇 번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공동정범>은 1월 25일 극장 개봉에 맞춰 다시 결말을 바꾸었다. 2년 전 공개된 영화제 상영본의 러닝타임에 비해 몇 십분 줄어들었고, 엔딩 또한 달라졌지만 용산참사의 진짜 책임자에게 겨냥하는 화살의 촉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용산참사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은 철거민들은 용산참사의 가해자, 범죄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다. 불타는 망루에서 겨우 살아남은 철거민들은 순식간에 범죄자가 되었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에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서로를 원망하고 할퀴며 살아간다. 하지만 철거민들 사이에 패인 갈등의 골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참사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들 스스로의 죄책감이다. 용산참사 이후 9년이란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렇기 때문에 용산참사의 진실 규명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참사의 흔적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당신마저 기억하지 않는다면. 1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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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돌양  knud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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