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KBS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KBS 총파업 141일만이다. 이날 고대영 사장은 이사회에 참석해 해임사유 일체를 부인하며 해임 무효소송 등 법정 대응을 예고했다. 고 사장 해임제청안 의결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새노조)는 23일 전국조합원총회를 갖고 24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KBS 고대영 사장이 지난해 9월 1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는 모습(사진=연합뉴스)

22일 KBS 이사회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모친상으로 회의에 불참했으며 차기환·조우석·이원일 등 야권 측 이사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은 찬성6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KBS 사장의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해임을 승인하면 고 사장은 최종해임된다.

고대영 사장은 이날 사무국을 통해 서면의견서와 참고자료만을 제출했다가 이사회가 회의 도중 재차 출석요구를 하자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앞서 KBS 이사회는 15일 임시이사회에서 고 사장의 서면의견서 제출과 의견진술 기한을 22일까지로 연기한 바 있다.

고대영 사장은 의견진술에서 해임사유 일체를 부인했다. 고 사장은 "해임사유 어느 한 가지도 동의할 수 없다"며 "객관적인 경영성과는 도외시 한 채 동의할 수 없는 주장과 사유를 들며 임기가 남은 사장을 해임하려 하는 일부 이사들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 사장은 "만약 이사회가 제기한 사유들로 본인에 대한 해임을 강행할 경우 이는 법적으로 부당한 행위인 만큼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고대영 사장은 "ABU(아시아·태평양 방송연합) 회장이기도 한 KBS 사장이 불시에 낙마할 경우 국제사회에 설명하기도 민망할 뿐 아니라 남북단일팀이 구성돼 관심도가 높아진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수행해야 할 국제적인 역할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고대영 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해임제청안이 KBS 이사회에 상정되자 입장문을 통해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고 사장은 입장문에서 해임사유에 대해 "하나같이 사실과 다르거나 상황을 과장 또는 왜곡한 사유다.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권 다수로 재편된 이사회가 정해진 수순대로 해임 결정을 내릴 경우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대영 사장의 해임사유는 △KBS 최초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합격 점수에 미달 △KBS의 신뢰도·영향력 추락 △파업사태를 초래하고 해결하지 못함 △방송법·단체협약 등을 위반한 징계남발 △허위·부실보고로 이사회 심의·의결권 침해 △보도국장 재직 시 금품수수 및 보도본부장 재직 시 도청의혹 등이다.

하지만 고대영 사장의 법적대응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는 2014년 길환영 전 KBS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열흘 정도의 소명기한을 부여했다. 길 전 사장은 해임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8년 8월 해임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충분한 소명 절차를 거치치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해임 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적이 있는데, 이를 의식한 KBS 이사회의 결정이었다. 고대영 사장에게도 열흘 이상의 소명기회가 부여됐다.

KBS 이사회가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의결한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새노조) 조합원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위)과 피켓을 들고 웃고 있는 KBS 새노조 조합원들(아래).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 새노조는 해임제청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고대영 사장 체제 하 간부들과 야권 측 이사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KBS 새노조는 "치밀하고 집요한 사내 방해 세력은 우리 투쟁의 커다란 걸림돌이었다"며 간부들에게는 자진 보직 사퇴를, 여권 측 이사들에게는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또 KBS 새노조는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모든 시민과 단체에도 부탁한다"면서 "당장 새로운 공영방송을 이끌 수장을 선출하는 것부터 이전과 같은 뜨거운 관심과 끊임없는 비판 의견을 보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늘로 141일 째 총파업중인 KBS 새노조는 23일 전국 조합원 총회를 갖고 오는 24일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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