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올드 미디어의 위기다. 청년들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지 않는다. 방송 뉴스는 지겹고, 신문은 촌스러움의 상징이 되었다. 뉴스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뿐이다. ‘4차 산업혁명’과 ‘개헌’이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주는 기사는 없다.

‘기자’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순간(아마 세월호 참사 이후로) ‘기레기’는 ‘기자’라는 단어를 대체했다. 그 안에는 ‘불통’ ‘거짓말’ ‘자기안위’라는 뜻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 기레기가 맞다 아니다’, ‘뉴스가 중요하다’는 논쟁은 필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청년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올드 미디어는 청년들을 끌어들일 유인도, 동기도 없다.

쥐픽쳐스(쥐픽쳐스)

해법을 알려주는 곳이 등장했다. 십말이초(십대 말 이십대 초)에게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알려주고, 그게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가르쳐주는 곳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9분 만에 요약한다. KBS와 MBC 파업이 왜 중요하고, 꼭 알아야 하는지 설명해준다. 기성 언론은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젊은 세대에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주고 ‘뉴스 읽는 근육’을 키워준다. 올드 미디어가 마냥 재미없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청년들과 올드 미디어의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 <쥐픽쳐스>의 국범근 대표다.

아직 앳된 얼굴이었다. 97년생, 본인도 ‘십말이초’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여느 또래와 달랐다. 동네 형 같은 모습으로, 오지랖 넓은 선배로 또래들에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가르치려들지 않고 이해할 수 있게 다가간다. 가끔은 비속어도 섞어 가면서. 그가 만든 <쥐픽쳐스>는 유투브 구독자 12만 명, 페이스북 팔로워 17만 명을 넘어섰다. “관심 얻기 위해서 시작했어요. 저 관심종자에요”라고 방송 이유를 밝히는 국범근 대표와 19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국범근 대표(미디어스)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뭔가

중학교 UCC 수행평가 때문에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제작 과정이 재미있었다. 봐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희열이 느껴졌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쥐픽쳐스>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 오로지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영상 제작이 주는 매력이 있나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풍부하게 전달한다. 종합예술이라 생각한다. 표현 방식이 무궁무진하다. 화면과 사운드, 자막과 효과, 연출과 대본.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표현된다. 처음에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과 놀이 하듯 만들었는데 그 과정도 좋았다.

영상에서 말을 빠르게 하지만, 신기하게 다 들린다. 비결이 있나

사실 발음은 더 좋아지고 싶다. 아쉬움이 남아 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말을 빠르게 하는 이유는 몰입감을 주기 위해서다. 리듬도 중요하다. 소리만 들어도 이해할 수 있는 리듬감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묵음이나 말을 더듬을 때는 영상이 지루해진다.

어려운 사안도 10분 안에, 쉽게 요약하는 능력을 가졌다. 비결이 뭔가

필요한 정보는 다 찾아본다. 영상, 기사, 책 , 논문 같이 심화된 정보도 찾고. 하나의 맥락에 맞춰 자료 조사해야 하니 어떻게든 공부를 한다. 내가 잘 알아야 설명도 쉽게 할 수 있으니, 그러려고 노력한다.

<쥐픽쳐스> 비트코인 영상(<쥐픽쳐스>)

주제 선정 기준은 뭔가

결정적으로 나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슈 먹방’에선 지금 이슈인데, 배경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안을 다루려도 한다. 비트코인, 4차산업혁명 같은 경우다. 말은 많이 나오는데 뭔지 정확하게 모르는 그런 것들 말이다. 사안에 대한 수많은 각론을 하나의 관점으로 묶어내는 시도를 한다. 그걸 재미있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배경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십말이초들에게 필요하다.

십말이초, 왜 그들을 대상으로 영상을 만드나?

요즘 십말이초는 뉴스를 안 본다. 재미없고, 어려운 이야기뿐이다. 그건 십대들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미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쥐픽쳐스>의 목표는 미디어와 친하지 못한 독자들 사이의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관점을 가지게 도와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뉴스 읽는 근육’을 만들게 도와준다.

십말이초를 시사 이슈로 끌어들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작년 7,8월까진 고민이 풀리지 않았다. 젊은 세대, 십말이초를 다짐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어 고민했다. 착오도 겪었다. ‘시사 뉴스 콘텐츠는 십말이초가 원하지 않는다’는 고민도 했다. 하지만 접근 방식의 차이지, 그들이 관심이 없어 안 보는 것이 아니었다. 열망은 있었다. 관심과 욕구는 있는데, 가까워질만한 유인이 없었다. 관심을 가지려 해도 친절하게 설명하는 미디어가 부족했다. 결국, 10대들은 관심이 있었지만 미디어의 노력 부족이었다.

<쥐픽쳐스>만의 특별함이 있는가

좋은 전달자가 되기 위해선 좋은 관점이 있어야 한다. 우린 그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 누군가에 대해 전임 교육을 할 순 없다. 그럼 자기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안에 대해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소스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모르니까 면박 주고,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생각의 실마리만 전달해주면 된다.

국범근 대표(미디어스)

기획력의 원동력은 뭔가

나라는 인간이 느끼고 경혐한 것, 이게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토양이다. 그런 부분은 부지런하게 노력하고 있다. 책도 많이 읽었다. 고등학교 때 '전환시대의 논리'와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허세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다. 지적 희열도 느껴졌다. 그런 독서가 기획력의 바탕이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잘한 일이 책 많이 읽은 거다.

1인 미디어는 성장할 수 있을까

성장한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사실 1~2년 전에는 당사자로 큰 감정 이입을 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지금은 아니다. 기성 언론이 사라진다면 그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 1인 미디어가 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각자 잘할 역할로 퍼져나갈 것이다.

회사를 운영한다. 어려운 점이 있는가?

다 어렵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이어서 뭐 하나 쉬운 것 없다. 수익도 적자는 아니다. 현상유지 하는 정도. 그런데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을 잘 모르겠다.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접근 중이다. 영리성 사업으로 생각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그냥 고민 중이다.

구독자 수가 늘고 있다. 이제 10만을 넘어 더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까

구독자 수는 더 늘릴 수 있다. 막 탄력을 받았다. 관건은 얼마나 자주, 성실하게 업로드 하냐에 달렸다. 탄력을 더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국범근 대표 세바시 강연(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본인이 영향력이 있다고 느끼나?

가끔 사인 받으러 오긴 한다(웃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내 영향력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다만 사람들이 잘 봐주고, 몇몇 분들에게 실질적인 유익을 주고 있다는 걸 확인해서 뿌듯하다.

영향력은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갑자기 사람이 잘될 때를 경계해야 한다. 내 마음을 살펴야 하고,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객관적인 상황은 잘 풀렸다. 그러나 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으름 피우고 싶고 놀고 싶은데 그러질 못했다. 재미있으려고 시작한 일인데 나 혼자 세상 고민 다 가져야 하나 생각했다. 자의식에 빠져있나 고민하게 되고. 너무 강한 책임감에 빠져 있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무와, 개인으로의 행복한 일상. 그 두 가지 책임감에서 벗어나 국범근 개인이 잘 형성되어야 한다. 그게 좋은 전달자로의 역할을 만든다. 책임감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역설적으로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것 같다.

흥미와 재미로 시작한 일이 커졌다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쥐픽쳐스>는 학습을 하는 과정이다. 더 열심히 하면 잘 될 수도 있고, 명예 누릴 수 있다.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지금의 경험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주목 받는 단계에서 이런 고민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분들은 학교나 군대에 있을 나이다. 또래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우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만족스럽다. 그런데 반복되는 일상에, 책임져야 하는 일도 생기니 숨 막히긴 하다. 그래서 아까 말했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일과 업무 분리가 힘들다 생각지만 개인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은 있었어야 했다. 그게 지속성을 가지게 만든다.

<쥐픽쳐스>, 그리고 국범근 성공이라고 생각하는가?

성공의 과정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나도 모른다. 내 이야기 듣는 곳 많고, 물질적 부족함 없고. 그런 것만이 성공은 아니다.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공이다. 의미와 보람은 있었는데,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장담을 못하겠다. 그래서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범근 대표(미디어스)

국범근의 목표는 뭔가

특정한 사람과 자리에 대한 부러움은 있다. 그런데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다만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좋은 관점과 식견을 가지는 것. 세상에 화두를 던지고, 사람들이 나로 인해 좋은 영향을 받고. 그런 게 목표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내 자신을 표현하고 사는 것이다. 지위 같은 구체적 목표는 세우지도 않는다. 세운다고 그렇게 되지 않기에.

군대도 가야 한다. 1인 미디어 사업자에게 2년이란 시간은 길다

우선 가기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군대라는 경험 자체도 조금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다. 물론 단절의 공포는 있다. 결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요즘 언론이 배워야할 점이 있을까

취재역량과 노하우는 기성 언론을 따라갈 수 없다. 나도 거기에 의존해 정보를 얻는다. 다만 독자중심의 사고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젊은 독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미디어의 관습이나 사고방식, 접근방식이 열린 분위기에서 시도되었으면 좋겠다.

국범근에게 독자란 뭔가

내 전부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그 자체다. 독자와 구독자가 없으면 이 일을 할 수도 없다. 그냥 국범근의 중심인 존재다. 내 사고방식의 핵심은 독자이고, 필터링 조건도 독자다. 가장 중요 고려 대상이다.

그럼 <쥐픽쳐스>란 뭔가

내 자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개인과 회사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쥐픽쳐스>가 미디어로의 역할을 하려면 공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쥐픽쳐스>를 나 자신화 해서 성장시켰는데, 지금은 분리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항상 그래서 ‘성공하셨네요’란 이야기가 낯설게 들린다. 그냥 고민 중이다. 나도, 회사도 고민해야 하는 존재다.

인터뷰 중에도, 끝나는 중에도 그의 전화기는 쉬지 않았다. 계속해서 업무를 지시하고, 다음 아이템 기획을 했다. 기성 언론에 ‘젊은 독자들 좀 생각하세요’라 말하는, 그 간극 사이의 다리를 놓고 있는 국범근 대표. 아직 대표라는 직함이 어색하게 다가갈 수 있는 20대 초반이지만 그는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쥐픽쳐스>가 언론과 십말이초 사이의 확실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까.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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