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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IMF 전에는 정규직이었다"[인터뷰] '방송계갑질 119', 노조 결성 초읽기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1.22 09:15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전 아직까진 상품권 페이를 받은 적은 없지만 예전에 촬영 중인 드라마가 대본지연으로 갑자기 무급휴가를 간 적 있습니다”

“저희 팀장이 자기 OO대라고 엄청 자랑하는데, 사실 저도 거기 나왔다는 걸 그 사람은 몰라요 ㅎㅎㅎ”

방송계갑질 119 채팅방(미디어스)

‘방송계갑질 119’ 채팅창의 숫자는 빠르게 올라간다. 단순한 고민 토로의 장이 아니다. 방송계에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갑질’을 고발하고, 노무사나 변호사의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방송의 을’에게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인 셈이다. 작년 12월, 참여 인원이 500여 명이었다. ‘SBS 상품권 페이’ 논란 이후 관심이 늘어 21일 현재 900여 명에 달한다.

방송계갑질 119는 묵묵히 참고 있던 방송 비정규직에게 뭐가 문제인지 알려줬다. 그리고 사소한 갑질도 참으면 안 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희망을 주었다. 방송계갑질 119 관계자는 “방송사들의 움직임을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을 깨워냈다. 거기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방송계갑질 119와의 일문일답이다.

직장갑질 119

방송계갑질 119가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방송계 갑질에 대한 문제는 방송사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여러 정부부처들이 함께 변해야 한다. 우린 방통위원회, 노동부와 접촉했다. 노동부와의 만남을 통해 방송계 문제를 지적했고, 작년 국정감사에서 장관이 ‘막내작가, 노동자성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태조사도 하겠다 밝혔다. 이런 움직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러 어려움도 존재할 것 같다

‘직장갑질 119’에선 법률적으로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질문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방송계갑질 119에선 법률적 답변이 어려운 질문들이 많다. 메일로 오는 제보에도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는데, 법률적 쟁점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분명히 노동자지만, 사측은 프리랜서로 치부하고 계약해서 그런 것 같다.

채팅방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방송 관계자도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채팅방을 통해 한 종편 피디에 대한 갑질을 제보 받았다. 그런데 며칠 후, 제보자가 “피디가 채팅방에서 내 글을 봐서 제보를 없었던 일로 하자”는 답변을 받았다

맞다. 여러 방송사 관계자들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방송 비정규직들이 여러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면서, 채팅방에 감정을 과하게 표현한 적 있다. 그러나 온라인이 자정 능력이 있다. 기다리면 참여자들이 스스로 차분해지고 이성적이게 된다.

직장갑질 가면무도회(직장갑질119)

2월 3일, 비정규직 노조 결성의 전초단계인 오프라인 만남도 있을 예정이다

지금 신청자가 49명이다. 원래 많으면 30명 정도를 계획했는데 감사하게도 호응이 괜찮았다. 장소를 옮겨야 하나 고민 중이다. 사실 온라인 공간을 넘어 뭘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직장갑질 119에선 가면무도회를 했다. 얼굴 드러내기 그래서, 종이봉투를 쓰고 만남을 가졌다. 이번엔 노조를 결성하겠다고 동의한 사람이 모이는 것이니, 얼굴을 오픈할 것이다. 다만 언론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조 결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될 것 같나

노조 결성은 많은 걸 내려놓아야 할 수 있다. 자기를 희생하는 일이다. 그런 부분은 쉽지 않다. 또한 특종 업종만의 노조가 아니다 보니 그 안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잘 조율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전의 사례들도 참고할 것이다. 영화산업노조가 만들어지고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24시간 연속 촬영하지 않는다고, 11시간 이상 휴식 보장도 받았다. 영화산업은 최소한의 룰이 지켜지는 것이다. 이 과정은 2년이 넘는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화물연대나 건설플랜트업종 노조들도 규모도 있고 위력적이니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이런 노조 임원들을 초청해 간담회하고, 경험 공유도 할 것이다

노조가 출범하게 된다면 어떤 의의가 있을까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갑질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노조가 설립되는 이유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작가들을 떠올릴 때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IMF 직전까진 작가들도 정규직이었다. 그리고 남성 작가도 많았다. 성별 분리 직업이 아니다. 작가는 원래 여성이고 비정규직이라는 전제는 없다. 정규직화 가능하다.

어느 순간 비정규직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몫을 나눠가지는 과정에서 힘없는 작가들이 밀려난 것이다. 그런 역사의식이 정규직 피디들에게 잘 없다. 자기 공장 안에서 일 하는데 잘 모르는 것이다. 노조가 생기고 나면 그런 부분들을 개선시킬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가?

현장에서 하나라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근로계약서만이라도 쓰면 해결될 것이 많지만, 사측은 계약서도 안 쓰려는 상황이다. 아무런 계약서 없이, 노동조건이 정해지지 않고 일하는 부분을 바꿀 것이다. 근로계약서 쓴다고 하면 사소한 갑질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그런 부분들 우리가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대표 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당사자가 결심을 못해 아직 공개하기는 어려운데, 법률 스텝의 의견은 작가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사례가 될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승소도 확신한다. 현재 설득을 하는 과정이다. 지켜봐달라.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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