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8VSB에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채널 송출을 조건부 승인해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미 TV홈쇼핑 채널이 난립하는 유료방송 시장에 T커머스까지 허용될 것으로 전망돼 시청권 침해는 물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입지도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내 홈쇼핑 운영실태 진단 정책 세미나'에서는 과기정통부의 T커머스 조건부 승인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발제를 맡은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홈쇼핑 과다 편성으로 채널경쟁이 심화되고 시청자의 시청권이 침해되고 있다"면서 "8VSB에서 T커머스 편성을 금지하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 주최로 '유료방송 내 홈쇼핑 운영실태 진단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이문행 교수는 이미 TV홈쇼핑 채널이 난립하는 유료케이블방송 시장에 T커머스까지 허용되게 된다면 시청권 침해와 더불어 일반PP의 입지도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18일 8VSB에 T커머스 채널 송출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과기정통부는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8VSB에 TV홈쇼핑에 이어 디지털 홈쇼핑인 T커머스를 추가할 방침이다. 그동안 SO는 T커머스 송출 허용을, PP는 송출 반대를 주장해왔다.

이문행 교수는 유료케이블방송 가입자 중 TV홈쇼핑 채널 시청 경험이 있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교수는 "85%의 시청자들은 5개 미만의 홈쇼핑 채널만으로 충분히 쇼핑을 즐기고 있었고 50%의 응답자가 홈쇼핑 채널의 일반 채널간 편성이 시청 방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응답자 중 68.7%가 홈쇼핑 채널 수가 많다고 생각했으며 홈쇼핑 채널을 일정 번호대에 연속편성하는 '홈쇼핑 채널 연번제'에 대해 70.3%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호하는 홈쇼핑 채널 대역으로는 '90~100번대'가 30.9%로 가장 높았다. 홈쇼핑 채널의 개수를 줄이고 90~100번대에 연번제로 배치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결과다.

이문행 교수는 "유료 방송 가입자들은 가입 플랫폼 유형, 성별, 연령별, 가구 소득별, 주 시청 채널 장르 여부를 떠나 현재 홈쇼핑 채널의 수가 너무 많아 방송 채널 시청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 것"이라며 "플랫폼(SO)은 시청자 의견을 반영하여 홈쇼핑 채널 확대 자제와 홈쇼핑 채널의 연번제 시행으로 시청권 침해를 막고, 콘텐츠 다양성을 구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참석한 한석현 YMCA팀장은 "신규 사업자 진출은 말도 안된다. 17개 사업자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홈쇼핑이 다양한 PP들이 성장할 수 없는 황폐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 팀장은 "유료방송 시청자들은 수수료를 내는데 시청자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지금도 비정상적인데 더 늘리자는건 말도 안된다. 8VSB에 데이터 홈쇼핑을 넣어서 좋은게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경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사무총장도 "'low번호대'(40번대 이하)에 17개의 유료홈쇼핑이 들어왔고 4~5년 운영해보니 여러가지 폐단들이 있지 않았나. 그것을 되짚어 봐야 한다"며 "PP는 코드커팅(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등 유료방송업계의 생존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 사무총장은 "방송 본연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방송의 목적성을 되짚어 등돌리는 시청자들을 유료방송 시장으로 끌어들어야 한다"며 "유료방송시장이 지금 그렇지 않은 형태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SO와 T커머스, 정부 측 인사들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국장은 "아날로그 방송의 화질을 HD로 바꿔서 요금도 못올리게 만든 상품이 8VSB다. 디지털 전환해서 SO가 서비스를 종료하면 PP들이 빠지게 된다"며 "아날로그 채널을 있는 그대로 옮겨왔고 빈 채널이 생긴 것에 대해 T커머스가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장은 이어 "실적이 안 좋은 PP는 배제될 수 있지만 그것 외에 임의로 T커머스를 넣기 위해 배제하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황큰별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낮은 번호대를 TV홈쇼핑이 확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시장에서 형성된 가치평가의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황 팀장은 "외국 홈쇼핑 채널은 연번제 형태로 구성돼 있다. 그건 시장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PP의 가치가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채널 가치보다 높다고 평가된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8VSB 디지털 홈쇼핑 채널 송출에 대해 정부에서 가타부타 얘기한 적은 없다. 조건부를 통해 최종결정 하겠다는 것"이라고 발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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