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MB정부 국정원 특활비 수사 등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수언론은 두 전·현직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정쟁'으로 몰아가며 '양비론'을 시작했다.

▲19일자 조선일보 2면.

19일자 조선일보는 1면부터 3면을 '전현직 대통령의 충돌'이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1면 헤드라인으로 <文대통령 "MB에 분노"> 기사를 배치했고, 2면에는 <노무현 소환, 그리고 죽음…앙금의 싹, 9년전부터 자랐다>, 3면에 <"文대통령에 盧는 건드려선 안될 휴화산…MB가 거기 불 붙였다">, <"우리도 알만큼 안다"는 MB측, 무슨 카드 쥐고있나>, <MB소환, 결정적 증거 여부에 달려…올림픽 이후 부를 수도> 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국가적 위기 속 現 대통령과 前前 대통령 정면충돌> 사설에서는 양비론에 불을 당겼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내내 '정치 보복'이라고 해왔다"면서 "자서전에 관련 부분 제목부터 '정치 보복의 먹구름'이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정치 보복이었다"면서 "그와 똑같이 지금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와 특별세무조사도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지금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면서 "대통령 스스로 '6·25 이후 최대 위기'라 했던 북핵 시한폭탄은 결정적 시점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회 내부적으로는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고, 일자리는 사상 최악이고, 젊은이들은 가상 화폐에서 미래를 찾고, 영세업체와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현(現)+전전전(前前前) 대통령 패와 전(前)+전전(前前) 대통령 패로 나눠서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싸움에 여념이 없다"고 비난했다. 양비론의 전형이다.

▲19일자 조선일보 사설.

다른 보수언론의 주장도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선 넘은 전·현직 대통령의 정면충돌 사태> 사설에서 "현재 권력과 과거 권력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국민은 불안해 하고 여야 협치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면서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한쪽은 검찰 수사 결과에 불복할 게 분명하다. 안 그래도 진영 갈등으로 갈라진 나라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감정 섞인 정면충돌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前前 대통령 망신과 불행, 또다시 國格 떨어뜨릴 것> 사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두렁 시계'식의 수사정보를 흘리다 결국 전직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운 망신 주기였다"면서 "이런 망신 주기가 반복되면 그때는 정치보복이라 해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수사는 법에 따라 하되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릴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또 한번 전직 대통령의 망신과 불행으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의혹에 대한 수사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단순히 정치보복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 팽배한 상황이다. 비리는 비리일 뿐이란 얘기다.

경향신문은 <이명박 비리는 비리일 뿐 진보·보수 갈등 아니다> 사설을 게재했다. 경향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재판 도중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며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을 정치보복으로 몰았다. 이어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물어라'라고 했다"면서 "엊그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했다. 그 역시 '나에게 (책임을) 물으라'라고 했다"고 전했다.

▲19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두 사람의 입장 표명은 마치 짜맞춘 듯이 똑같다"면서 "자신을 피해자로 꾸며 동정심을 자극하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정치보복론만 한 게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부정·부패·비리 척결을 정쟁으로 만들고 본질을 잊게 만드는 패턴의 반복"이라면서 "이제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구속한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음습한 정치보복이나 정략적 판단이 담길 여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은 "그렇다면 정치보복 타령을 하기 전에 시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라면서 "하지만 그는 특수활동비 상납 등 분명한 권력형 비리조차 진영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법치를 모욕하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아직도 세상이 변한 줄 모르고,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검찰은 이런 해괴한 꼴을 더는 보지 않도록 남은 법적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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