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2 지방선거는, 그간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전반적으로 접전 양상을 띤 지역이 많았다. 균형감을 견지한 국민의 선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역대 지방선거 두 번째에 해당하고, 15년 만에 경신한 투표율 54.5%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중장년층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저조했던 청년층의 참여가, 높은(?) 투표율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투표율 54.5%는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유권자가 절반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여전히 공존함을 알 수 있다. 내가 행사하는 한 표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선거의 참여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정치권과 국민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를 남긴 셈이다.

무릎팍도사 김연아편 결방, 차라리 잘 됐다!

투표 종료시각인 6시. 각 방송사는 일제히 출구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야말로 반전드라마가 따로 없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졌던 야당후보들이 일제히 약진해, 역전 혹은 경합구도로 나타났다. 쏠림현상이 두드러진 역대 지방선거를 돌아볼 때, 가장 흥미진진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지난 선거 등을 비춰 봐도 알 수 있듯이, 출구조사는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와 같이, 오차범위내에 접전지역이 많은 상황에선, 당선자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선거 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개표방송의 추이를 어느 정도 지켜봐야, 출구조사의 신뢰성과 당선자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방송사는 그 시각을 10~11시경으로 잡은 듯하다.

그러나 개표는 생각보다 늦춰졌고,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마다 오차범위내에 초박빙 승부가 계속되고 있었다. 10시, 11시가 되어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경합지역은, 누구에게도 승리의 미소를 쉽게 지어주지 않았다. SBS는 10시에 방송예정이었던 드라마 <나쁜남자>를 취소하고 개표방송을 이어갔다. MBC도 11시에 편성된 황금어장 <무릎팍도사-김연아>편의 결방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사이에 엇갈린 의견이 부딪힌다. 한쪽에선 방송3사가 모두 개표방송에 올인할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표다. 또한 정규방송 와중에도 자막으로 얼마든지 개표방송을 이어갈 수 있기에, 굳이 결방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김연아를, 개표방송보다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실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결방을 이해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워낙 여러 지역에서 엎치락뒷치락하는 흥미진진한 승부가 연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예정대로 <무릎팍도사> 김연아 편이 방송되고, 자막으로 개표방송을 이어갔다면, 시청자의 입장에선 어느 한 쪽도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화면도 어수선할 뿐 아니라, 개표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김연아의 토크와 겹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김연아 편을 기다렸지만, 결방 결정에는 불만이 없다. 이미 녹화한 분량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주 늦게 본다고 해서, 내용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개표방송은 생방송의 묘미가 있다. 더군다나 개표가 늦어져, 11시가 되서야 표심의 흐름, 당선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아쉬운 건, 결방에 대한 방송사의 태도!

결방으로 인한 불만이 있다면, 방송사의 태도다. 애초에 자막으로든, 앵커의 입을 빌려서든, <무릎팍도사>, <나쁜남자>의 결방 사실을 최소한 1~2시간 전에 띄웠어야 했다. 해당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채널을 고정하고 기다린 시청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11시라는 늦은 밤까지 말이다. 그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가 되서야 결방을 고지한 건, 시청자에 대한 명백한 결례다.

미리 고지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접전지가 많았던 출구조사 결과도 그렇거니와, 개표가 늦어지고 있었기에, <나쁜남자>나 <무릎팍도사>를 정상적으로 내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을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결방에 대한 자막 한 줄 내보내지 않았다는 건, 편성된 정규방송을 미끼로, 자신들의 개표방송에 시청자를 묶어두려는 꼼수로 보이기까지 한다.
4년 마다 이뤄지는 지방선거다. 국민의 손으로 나라의 일꾼을 뽑은 결과를, 정규프로그램을 대신해 불가피하게 방송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방송 3사가 같은 개표방송을 하더라도, 그것은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결방 고지를 앞당기지 않음으로 인해, 피해를 본 시청자도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추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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