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새롭게 선보인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정규 첫 방송되었다. 파일럿 방송이 끝나자마자 시청자들의 정규편성 요구가 있었던 만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무겁지 않은 형식에 사회적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는 좋았다.

아름다운 복수;
양정철 전 비서관의 진정성과 강유미의 다스 투어, 블랙하우스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첫 방송은 솔직히 파일럿보다는 못했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고, 이슈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에 대한 피로감도 어느 정도 자리했을 것으로도 보인다. 이런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 가느냐는 이제 제작진의 몫이 될 것이다.

김어준은 시작부터 동시간대 방송되는 <썰전>의 유시민 작가에게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다른 일을 찾아보게 만들겠다는 발언은 <썰전>을 누르고 목요일 심야 시사 프로그램 승자가 되겠다는 포부이기도 했다. 0.8%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순위는 뒤바뀔 수도 있어 보인다. 유 작가 홀로 분전하는 <썰전>의 위기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니 말이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비서관과 인터뷰는 압권이었다. 입국장에서 곧바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잡아둔, 청와대가 보이는 호텔로 이동하는 과정부터 시작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김어준의 노골적이고 불편해 보일 수도 있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최순실'을 보면서 월권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이다. 현재 청와대 요직에 있는 이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밖에 있지만 충분히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문 정부 출범 초기 '3철' 논란을 앞세운 이들이 많았다. 문 대통령 최측근인 3철이 권력의 중심에 들어서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양 전 비서관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의 발언을 실천해가고 있는 중이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그가 청와대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그릇의 차이라고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깜냥이 안 된다며, 앞으로도 청와대는 물론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퇴임하면 평생 그의 비서관으로 살겠다는 의지는 강했다.

자신을 손수건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양 전 비서관은 그렇게 문 대통령이 훌륭하게 임기를 마무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그의 인터뷰에서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문 대통령이 말한 '아름다운 복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여전히 자신의 지갑에 담고 다닌다는 문 대통령. 그는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복수란 단어는 최근 이명박이 노골적으로 고인을 끌어들여 정치도구화 하려는 행위에 대해 분노하면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복수는 누군가에 대한 앙갚음이 아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름다운 복수라고 다짐했다는 문 대통령. 그런 그의 생각에 매료된 양 전 비서의 발언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부담을 덜기 위해 정치에서 완전히 벗어난 채 야인의 삶을 선택한 양 전 비서가 말한 '아름다운 복수'는 그래서 꼭 이뤄져야만 한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재미를 책임지는 이는 강유미였다. 파일럿에서도 아무 생각 없이 들이대는 인터뷰로 화제를 모았던 강유미는 이번에는 '504의 비밀'과 '다스 투어'를 감행했다. 이 판에서 자주 보이지 않았던 인물인 강유미 활용법은 제작진의 좋은 선택이었다.

다스가 최소한 이상은 회장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다스 투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8년 동안 이 회장의 차를 몰았던 김종백이 밝힌 내용을 보면 더 기괴할 정도다. 회장에게는 법인 카드조차 발급이 안 되어 운전기사의 개인카드를 대신 사용했다는 증언은 경악할 일이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남북 관계의 중요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반갑다. 북한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극우 세력들에게 최근의 화해 모드는 불편하기만 하다. 박정희 시절부터 서로를 이용하며 남과 북을 지배해왔던 독재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할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가 나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분석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김일성을 앞세워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김정은의 전략, 핵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불안. 북한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적을 알아야 제대로 대비를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북한을 정치적 도구로 악용만 하다 보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기대를 할 수 있게 한 첫 방송이었다. 향후 몇 회 방송을 하면서 틀을 잡아나가겠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뷰와 이슈 정리, 그리고 벙커를 통해 북한 문제 등 보다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만들어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강유미의 가벼우면서도 묵직해져 가는 돌직구 인터뷰와 김어준의 진수를 보여줄 인터뷰 등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상징하게 되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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