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유력 경제지 매일경제가 평창행 KTX 길목에 위치한 용산역 일대를 "폐가 등 낙후지가 그대로 노출"된 지역으로 그리며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킬 '부끄러운 민낯'으로 보도해 논란이다. 매일경제는 해당 기사를 1면 톱기사에 배치했다.

매일경제는 16일 1면 톱에 <평창가는 첫 길목 '부끄러운 민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매일경제는 해당 기사에서 "23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외국 선수단과 관람객이 몰려올 예정이지만 이들에게 서울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며 "용산역을 지나자마자 창문 밖으로 무너져가는 노후 주택과 녹슨 철제지붕, 폐타이어와 조개진 기왓장이 그대로 보인다. 국격을 높여야 할 올림픽 개최가 철저하지 못한 준비로 자칫 국가 이미지만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평창가는 첫 길목 '부끄러운 민낯'> 매일경제 1월 16일. 종합01면.

매일경제는 용산역 일대의 이러한 환경이 2007년 시작된 용산 개발이 막혀버린 탓이라며 사업자 간 분쟁, 지역 거주민 생존권 문제 등에 정부나 서울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사실상 '강 건너 불 구경'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달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이 지역을 당장 정비할 방법은 없다"며 "단기 대책으로 임시 펜스라도 설치해 서울 도심의 민낯이 드러나는 걸 최소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을 위해 특정 지역을 지워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낯설지 않다.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1988)은 1983년부터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전두환 정부가 도시미화를 이유로 자행한 달동네 철거 작업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당시 정부는 상계동을 비롯한 서울 200여곳의 달동네 세입자들을 '올림픽'이라는 명분 하에 전투경찰을 앞세워 내쫓았다. 그 결과 약 72만 명의 올림픽 난민이 발생했다.

<상계동 올림픽>(1988) 스틸컷. 김동원 감독 작품.

1985년 재개발사업 지구로 지정된 상계동은 1987년 호헌조치 이후 강제철거 당했다. 쫓겨난 상계동 주민들은 명동성당에서 천막생활을 하며 농성을 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다시 쫓겨나 부천 고강동 고속도로 주변을 매입해 임시 건물을 세웠다. 그러나 그마저도 용역들에 의해 철거됐다. 이유는 매일경제가 주장하는 바와 같았다. 성화가 지나가는 길목이라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었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임박한 올림픽에 대비한다며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브라질 정부는 올림픽공원과 인접한 '비야 오토드로모(Vila Autodromo)'지역 700여 가구의 빈민가를 철거했다. 브라질 정부는 이들을 내쫓기 위해 물과 전기까지 끊었었다. 현지 언론은 철거가 완료되자 이를 '해피엔딩'이라고 보도했지만 리우올림픽 빈민가 철거는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돼 브라질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2008년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올림픽 주 경기장 '냐오차오'를 건설하면서 양산춘, 왕징 근처 등 도로변 낡은 집들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30여 개의 빈민가는 사라졌고 약 150만 명의 사람들이 쫓겨나게 됐다. 이 역시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시켰음은 물론이다.

매일경제 기자는 KTX안에서 용산역 일대의 풍경을 바라보며 "멀리 보이는 한강트럼프월드 등 고층 빌딩등과 겹쳐지면 서울은 엄청난 빈부 격차를 지닌 도시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국격 훼손을 우려했다. 국격은 국가의 품격이다. '올림픽이 열리니 낙후 지역은 치워버려야 한다'는 주장 어디에서 품격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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