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결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명암 뿐 아니라,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조사에 나선 방송사들의 명암도 크게 엇갈렸다.

KBS, MBC, SBS 방송3사는 6.2 지방선거 공동 예측조사가 실제 개표 결과와 정확하게 들어맞으면서 정확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YTN은 독자적으로 실시한 예측조사가 개표 결과를 크게 빗나가면서 시청자들이 잇따라 항의하는 등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YTN은 3일 오전부터 앵커 코멘트와 별도의 뉴스를 통해 사과하고 나섰지만, 시청자들의 원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확했던 방송3사 출구조사, 크게 빗나간 YTN 예측조사

▲ YTN과 지상파 공동 예측조사 비교 ⓒYTN 화면 캡처
KBS, MBC, SBS 방송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는 정확했다.

방송3사는 서울시장의 경우,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47.4%로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 개표 결과 오세훈 후보는 경합 끝에 47.4%로 당선됐다. 또 인천시장은 52.1%로 예측한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실제 52.7%로 당선됐다. 이 밖에 경남, 경기, 충남, 강원도 등에서도 방송3사의 예측은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차이만 보이는 등 정확했다.

2일, 방송3사는 미디어리서치 등 3개의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전국 16개 지역 시도와 600개 투표소에서 투표자 18만명을 대상으로 공동 출구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조사원이 수거함을 들고 투표자에게 조사지를 나눠주면, 투표자가 연령, 성별, 지지후보 등을 기표해 다시 수거함에 넣는 ‘밸렛매서드’라는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면, YTN의 예측조사는 실제 결과와 크게 엇나갔다. YTN은 2일,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에 의뢰해 전국 3만7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을 통한 예측 조사를 실시했다.

YTN은 서울시장의 경우 오세훈 52.1%, 한명숙 41.6%로 다소 큰 차이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오 후보는 47.4%로 당선됐다. 또 인천시장은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가, 강원도지사는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가 ‘경합’을 벌이면서도 유력하다고 관측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이 밖에 충북도지사도, 충남도지사 모두 각각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후보가 유력하다고 관측했지만 실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YTN “일부 혼란 드린 데 대해 사과”

▲ YTN보도 "YTN·한국갤럽 예측조사, 개표 결과와 큰 차이" ⓒYTN 화면 캡처
YTN은 오늘 오전부터 뉴스 도중 앵커 코멘트를 통해 예측조사 결과에 대한 사과했다.

YTN은 “YTN이 출구조사와 함께 예측조사를 발표했는데 선거결과와 차이가 나는 등 일부 혼란을 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결과적으로 예측치를 높이지 못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며 보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YTN·한국갤럽 예측조사, 개표 결과와 큰 차이”> 보도를 통해서도 “YTN과 한국갤럽이 실시한 예측조사는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조사를 통해 이뤄져 실제 투표자를 대상으로 한 출구 조사와는 조사대상에서 차이를 보였다”며 “특히 조사대상을 선정하는데 사용하는 과거 지방선거 투표율 추이와 달리 이번 투표율이 15년 만에 가장 높아지면서 오차를 키웠다”고 밝혔다.

류재복 YTN 홍보팀장은 “뉴스전문채널이라는 위상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하자는 결정이 나와 단독으로 예측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가 안 좋게 나왔다”며 “전화를 통한 조사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기법이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했는데 워낙 이번 선거 결과가 예상, 흐름과 많이 다르게 나타나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선거 방송에서는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TN노조 “언론사 생명인 신뢰도에 치명상 입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유투권)는 이번 예측조사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언론사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며 YTN을 향해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3일 ‘빗나간 예측조사, 개선책 마련 착수하라’는 성명을 통해 “각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예상 득표율과 실제 득표율 차이가 큰 것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당선자를 잘 못 예측해 결과적으로 언론사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YTN을 향해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출구조사가 아닌 예측조사를 실시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변명으로 시청자들을 호도한 책임이 덜어지진 않는다. 잘못된 예측보도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이번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며 “사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 자세히 해명하고 회사 구성원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훼손된 YTN의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선책 마련에 조속히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청자들 “그러고도 보도전문채널이냐”

▲ 서울 남대문로 YTN 타워 ⓒ미디어스
YTN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질타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시청자들은 YTN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남기며 YTN을 호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시청자들은 지난해 배석규 사장이 취임한 이후 YTN의 보도가 친 정부성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예측조사 결과와 YTN의 친정부적 성향을 연관시키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엉터리 선거 예측을 한 YTN은 사과해야 한다” “여론 호도하지 마라” “출구조사 조차도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었냐” “그러고도 보도전문채널이냐”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 예측조사 뿐 아니라, YTN의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시청자 ‘springlyk’는 “<돌발영상>과 출구조사를 보면 정권에 야합하는 방송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다. 예전에 황우석 박사 방송 태도를 보는 듯하다”며 “옛날의 그 날카롭고 시원한 돌발영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청자 ‘capacapa’도 “사장이 바뀌고 난 뒤 유난히 뉴스에 힘이 없어졌다”며 “알아서 기는 건지, 큰집의 압력이 거센 건지, 사장님께서 큰집에서 조인트 까이고 오신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YTN을 대한민국의 CNN으로 여겼던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아쉽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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